brunch

모든 의견을 수렴하다가 놓치는 골든타임

소수의 반발보다 중요한 건 팀의 시간이다

회의가 끝날 때마다 결론은 없고, 의견만 무더기로 쌓이는 순간이 있다. 리더가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려다 보니 정작 실행으로 옮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소수의 반발이 두려워 결정을 미루는 동안 팀은 에너지를 잃고, 중요한 시간은 흘러간다. 결국 팀 전체가 손해를 본다.


한대협에서 실제로 있었던 한 팀장의 이야기가 있다. 기획 PT에서 실무진의 피드백을 받은 뒤, 팀 내 의견이 둘로 갈라졌다. 대부분의 팀원들은 피드백을 수용하자는 쪽이었지만, 두 명은 끝까지 이전의 기획안을 고집했다. 회의는 그 두 사람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며 계속 길어졌고,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추가 회의를 잡아야 했다. 이 사례는 소수의 반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오히려 팀 전체의 골든타임을 잃게 만드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리더들이 빠져드는 착각은 "모두를 만족시켜야 좋은 리더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보면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큰 손해는 시간이다. 골든타임은 단순히 '빨리 결정하는 시간'이 아니라, 결정이 실행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이다.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결정을 미루면 팀의 사기가 꺾인다.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시장과 경쟁 구도가 달라지고, 자금 상황이 위축되어 예산이 축소되기도 하고, 의사결정권자의 뜻이 변하는 일도 흔하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이것이 골든타임의 기준이다. 팀의 동력이 살아 있을 때, 예산, 시장과 정책, 환경이 여전히 기회를 줄 때, 그때가 바로 결정을 내려야 할 골든타임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소수의 불만을 뒤로하고 어떻게 결단을 내려야 할까.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이다. 단순히 "내가 리더니까 내 말대로 하자"가 아니다. "여러분 의견을 충분히 들었습니다. 다만 우리 팀의 시간과 목표를 생각할 때는 지금 이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 결정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혹시 이번에 반영하지 못한 의견은 기록해 두었으니, 추후 점검할 기회에 반드시 검토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한다. 팀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 것이 아니라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리더가 책임을 지고 팀의 골든타임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정 없는 리더십은 결국 팀을 무너뜨린다. 의사가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의견을 기다릴 수 없는 것처럼, 리더 역시 팀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모든 의견을 100% 반영할 수는 없다. 좋은 리더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리더는 팀의 시간을 살리는 사람이다. 소수의 원망은 리더가 감당할 몫이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는 대가는 팀 전체가 짊어진다. 리더십의 진짜 가치는 반발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살리는 결단에서 드러난다.


골든타임을 살리는 리더만이 팀을 살린다.



jc-gellidon-uhXlRnt9dT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JC Gellido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