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만족시키려다가 내가 무너진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친 친절과 배려는 관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너뜨린다.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할 말을 삼키고, 상처받을까 봐 의견을 약하게 전하며,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내가 참아버리는 태도는 겉으로는 평화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불만과 피로만 쌓이게 한다.
처음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쌓이고, 그 감정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된다. 결국 과도한 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 상대 역시 처음에는 편하게 느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관계는 뭔가 솔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리학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말하는 사실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계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솔직하게 다루는 과정에서 강화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배려를 하는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 상대의 표정 하나에도 불안해하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스스로 힘들어도 다 들어준다. 자신의 진짜 생각은 숨긴 채 관계만 유지하려 한다. 누군가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받는 심리적 타격감이 크다. 이런 태도는 결국 자신을 소모시키고, 상대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속마음을 숨기기 때문에, 말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기색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불편한 점을 말하지 않고 넘어가면, 상대는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는 건가?" 혹은 "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맞춰줄까?", "저 말이 진심일까, 아니면 돌려 말하는 걸까?" 등의 의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과도한 배려는 결국 '진실되지 않음'으로 해석되며 신뢰를 약화시킨다.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드는 힘은 친절이 아니라 솔직함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친절', '건강한 배려' 수준은 무엇일까?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되 내 기준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릴 필요는 있지만, 그 감정에 끌려다니며 내 입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요구를 들었을 때, 나의 상황과 필요를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불편한 말은 미루지 않고 짧고 담백하게 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한 배려가 서로의 관계 성숙에 도움이 되었는지 가끔은 돌아봐야 한다. 이것이 '진심 있는 배려'의 기준이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네가 사정이 있었겠지." 하지만 건강한 솔직함을 가진 대화는 다르다. "30분 늦었네. 다음부터는 시간 좀 지켜줘. 만약 늦을 것 같으면 내가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미리 알려줘." 담백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세운 말이다. 이런 솔직한 말이야말로 관계를 오래 가게 만든다.
특히 지인의 보험이나 은행 상품 권유 같은 상황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거절을 못 하고 어정쩡하게 넘어가지만, 그럴수록 불편함만 커진다. 솔직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상품 소개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내가 새로운 상품에 가입할 상황이 아니야. 혹시 주변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소개해볼게." 상대의 마음은 인정하되 내 기준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이것이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나를 지키는 '진심 있는 태도'다.
진짜 배려는 불편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온다. 관계를 지키고 싶다면 과도한 친절이 아니라 진심 어린 솔직함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