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을 넘어 성숙으로 나아가기
오늘을 기점으로 한국대학생인재협회 44기가 마무리되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친구들 중에는 근 1년 가까이 함께한 이들도 있었다. 정들었던 아이들과 헤어지며 마음 한켠에 서운함과 쓸쓸함이 스민다. 매주 함께 웃던 모습, 프로젝트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던 모습,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자신이 깨달은 것을 씩씩하게 이야기하던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인연은 두 사람의 뜻이 맞아야 한다. 처음엔 서류와 면접을 통해 우리가 선택하지만,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것은 철저히 아이들의 몫이다. 그래서 매 기수의 마지막마다 나는 늘 아이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을'의 입장에 선다.
44기를 마무리하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 기수 활동 안 해도, 언제든 리마클 듣고 싶으면 들으러 와." 순간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지며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인사를 나눌 때 "멘토님, 리마클 들으러 정말 와도 돼요?"라고 묻기도 했다.
리더가 떠나는 팀원들을 대할 때 가져야 할 마음은 분명하다. 붙잡기보다 축복하기, 집착이 아닌 열린 문을 남겨두기, 성과보다 성장에 초점을 두기, 인연의 유효기간을 인정하기, 그리고 떠남 속에서도 가능한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기. 이 다섯 가지 태도는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리더십의 무게를 감당하게 하는 기초다.
한때는 내게 잘못된 태도도 있었다. 함께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써 쿨하게 보내주려 했지만 마음이 원망으로 변하곤 했다. "왜 이렇게 쉽게 떠나는 걸까"라는 생각에 속상해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 안의 미숙함이었다. 애정이 집착으로 변하고, 축복해야 할 순간에 서운함을 앞세웠던 것이다. 그때 내가 서운한 감정을 서툰 방식으로 드러내며 원망스러워했던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진심으로 그들에게 사죄한다. 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리더는 관계를 붙잡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축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리더는 팀원들에게 관심과 애정, 때로는 책임감과 이들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이 집착으로 흐르는 순간, 관계는 무거워지고 자유는 사라진다. 떠남 앞에서 리더가 배워야 할 것은, 서운함을 딛고 성숙으로 나아가는 자세다.
이별은 늘 서운함과 쓸쓸함을 남긴다. 그러나 그 감정을 넘어설 때 한 단계 더 성숙한다. '내 곁에 있어야만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어디에 있든 그 자체로 존귀한 존재'라는 시선을 품을 때 비로소 건강한 애정이 가능하다.
떠남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리더만이, 다시 맞이할 때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결국 이별은 끝이 아니라, 인연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배우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