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시야를 넓히는 가장 힘 있고도 외로운 방식
리더로서 팀원들의 시야를 넓히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한대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었다. 특히 20년 전에는 상황이 더 뚜렷했다.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인생의 종착점처럼 여겼다. 스펙을 쌓고, 이력서를 채우고,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만이 성공의 전부라 믿었다. 그러나 나는 그 지점에서 늘 아쉬움을 느꼈다. 취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언젠가는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세우고 주도적으로 삶을 설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때는 정기적으로 '비전워크숍'을 열었다. 각자가 자신의 비전을 직접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지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저는 앞으로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제 전공을 살려 사회적 가치를 세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날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조금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었구나.'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열정은 희미해졌고, 발표 때 그려둔 멋진 그림은 일상 속에 묻혀버렸다. 아이들은 다시 단기적인 목표와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곤 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절실히 배웠다. 리더는 깨달음의 장을 열 수는 있지만, 그 깨달음을 삶 속에 이어가는 몫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이후에는 조금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비전만 이야기하지 않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과제'를 함께 만들었다. "한 달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비즈니스 관련 책 한 권 읽기",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만의 강점 한 가지 실험해 보기." 비전과 현실을 잇는 다리를 놓아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곁에서 챙겨줄 때만 잠깐 이어졌을 뿐, 결국 흐지부지되곤 했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을 붙잡는 일은 개인의 몫이었다. 리더가 길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답은 늘 같다. 최선은 길을 보여주고, 그 길을 걸어볼 기회를 주는 것. 나머지는 팀원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리더는 단지 길을 가리키는 사람으로 머물 수 없다. 스스로 그 길을 먼저 걸어가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 비전대로 살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강조한다면, 그 말은 결코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말은 쉽지. 그 말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내가 말한 비전대로 살아가자고. 한대협이 무너질 듯하다가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하던 시간 속에서도,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왔다가 떠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울었던 순간 속에서도, '지속'이라는 한 가지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나는 늘 "직장이 끝이 아니다"라고 외쳐왔다. 그래서 그 말대로 직장을 과감히 내려놓고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사업이 늘 잘된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크게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는 망설이지 않았다. 해본 적 없는 일이라도 과감히 붙잡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영역은 조금씩 넓어졌다. 작은 성과들이 하나둘 쌓이며 장기적인 비전으로 이어졌다.
가정에서도 장기적인 비전을 놓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나 관계적으로 힘겨운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 가정을 허락하신 뜻이 있을 것"이라 믿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원망하는 마음, 혼자 애쓰는 듯한 외로움이 나를 흔들 때도 있었지만, 끝끝내 그 마음에 잠식되지 않고 이겨냈다. 그렇게 버티며 배운 것은, 리더십도 결국 같은 본질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리더의 길은 종종 고독하다. 길을 보여주고, 먼저 걸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힘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가장 외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언젠가 그들이 다시 자신의 비전을 꺼내 들고, 스스로 걸어가기 시작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임을.
그 비전을 외쳐온 지 어느덧 18년. 이제는 그 열매가 조금씩 보인다. 몇몇 실무진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플랫폼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도전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뿌듯함이 차오른다. 내가 먼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길은 결국 이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