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실패가 아니라 사소한 태도의 반복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오히려 실수 이후의 처세와 태도에 따라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건 작은 무심함이 반복되는 경우다. 그때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은 무표정을 짓고 무관심해진다.
한국대학생인재협회에서 함께했던 한 부팀장이 떠오른다. 한대협에서는, 처음 기수는 팀원으로 활동하고 기수 말에 부팀장 지원을 받는다. 나를 포함한 실무진 리더들이 지원자들 가운데 차기 부팀장을 선발하여 다음 기수 부팀장으로 활동하게 한다. 해당 부팀장은 팀원으로 활동할 때는 밝고 열정적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들고 의견을 냈고, 회의 때마다 아이디어를 쏟아내던 친구였다. 그런데 다음 기수 부팀장으로 승진한 뒤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컨텐츠 기획안을 올릴 때 팀장이나 국장이 수정 요청을 하면,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채 다시 올라오곤 했다. 마감은 잦은 지각으로 넘어갔고, 오프라인 활동에서는 무표정으로 앉아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먼저 말을 걸기도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팀원 시절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 자리를 그냥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로 인해 가장 힘들었던 건 그 위에 있는 팀장이었다. 팀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팀장과 부팀장의 호흡은 핵심인데, 무심함이 반복되자 팀장은 혼자서 짐을 짊어져야 했다. 팀장 입장에서는 부팀장이 오히려 팀원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점점 많아졌다.
사회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무심함은 크게 두 갈래로 드러난다. 먼저, 업무에 무심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보고를 올려야 하는 시점에 연락이 닿지 않는다든지, 피드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이 올라온다든지, 약속된 기한을 지키지 않는 모습에서다. 처음에는 바빠서 깜빡 했겠거니 하며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과물은 늘 엉성하고, 세세한 부분은 빠져 있으며, 다시 손봐야 할 구석이 많다. 동료나 상사가 추가로 확인하고 보완해야 하니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더구나 성과에 대해서도 무심한 태도를 보이면 신뢰는 더 빠르게 무너진다.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아도 원인을 찾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고, 본인의 결과물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에도 별 반응이 없다면 '이 사람은 일에 애정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결국, 맡은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는 태도가 업무 무심함의 본질이다.
이런 모습은 대학생 조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상사가 여러 차례 지적한 보고서 오류를 고치지 않은 채 다시 제출하거나, 마감 직전에야 "깜빡했습니다"라는 말로 상황을 넘기는 경우다. 또 프로젝트 진행 중 문제가 발생해도 먼저 공유하지 않고, 나중에 일이 커져서야 드러나 상사와 동료들이 뒷수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작은 무심함은 결국 "이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는 낙인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팀에 무심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팀 활동은 단순히 업무만 처리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속에는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회의 자리에 들어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무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공기가 금세 무거워진다. 분위기를 환기하기는커녕, 주변 사람들까지 조심스러워진다. 때로는 선배나 동료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무성의하게 반응하거나,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나 하나의 무심함이 팀 전체의 리듬과 흐름을 깨뜨리고, 심지어는 "이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낙인을 찍히게 된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회의에서 의견을 묻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거나, 수시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직원이 있다. 또, 업무 분담이 이뤄졌을 때 "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며 선을 긋고, 다른 동료가 고생하는 상황을 모른 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태도는 실력 부족보다 더 큰 문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고, 팀의 응집력을 약화시킨다. 작은 배려, 짧은 격려 한마디가 팀 전체의 에너지를 살리는 만큼, 그 부재는 곧 무심함으로 해석된다.
사람들은 한 번의 큰 실수보다 '계속되는 작은 무심함'에서 더 크게 실망한다. 지각, 피드백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 무표정한 태도 같은 사소한 것들이 모여 신뢰를 허물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더 이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작은 무심함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채 습관이 되기 쉽다. 그래서 더 무섭다. 결국 평판을 지켜내는 힘은 거창한 성과가 아니라, 작은 순간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무심함의 반대편에는 언제나 작은 배려가 있다. 그 작은 배려를 반복하는 사람이 결국 오래 신뢰받고 더 큰 기회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