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평가가 아니라, 앞으로의 기록이 당신을 증명한다
내가 회사를 다녔을 때를 추억해보면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태도도, 역량도 부족했다. 특히 내가 속했던 부서는 일이 많아 선배님 몇 분은 주말에도 근무를 쉬지 않으셨다. 나는 당시 한대협 일을 병행하느라 주말에 회사에 나갈 수 없었고 자연히 평가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의 평판이 내 인생 전체를 규정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평판은 한 시점의 모습일 뿐,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모두 말해주지는 않는다. 순간의 평판에만 사로잡히면 자신을 쉽게 단정해 버리기 쉽지만,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다듬어 가느냐다.
사실 누구나 20대에는 부족한 점 투성이다. 경험도 얕고 태도도 미숙하다 보니 초반의 평판이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30대에 들어서면 책임과 성과가 조금씩 쌓이며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40대, 50대가 되면 오랜 시간 축적된 기록이 신뢰의 무게를 만들어낸다. 평판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되고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지금 부족하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점점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얼마 전 첫 회사를 앞둔 학생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했다.
"첫 회사에서 모든 인정을 다 받으려 하지 마라. 사람의 진가는 10년, 20년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무조건 첫 회사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평판을 가볍게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사회 초년생 시절에 했던 실수들을 기억하며, 대학생들에게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종종 이야기해준다. 또한 지금 한대협을 운영하고 사업체를 꾸려가면서도 그때의 부족함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곤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은 평판을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기 객관화의 계기, 자기 반성의 계기, 그리고 도약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록하는 것이다. 하루의 태도와 실수를 짧게라도 메모하며 돌아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조금씩 달라지는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신뢰할 만한 선배나 동료에게 피드백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 일처리나 태도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부탁하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은 개선, 작은 변화를 줘보는 것도 중요하다. 말투, 보고 방식, 시간 약속 같은 사소한 습관을 조금씩 바꿔보며 주변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쌓일 때 평판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흑역사 같은 순간도 결국 평판의 일부다. 그러나 그것이 최종 판결은 아니다. 평판은 변한다. 다만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평판을 직시하고, 배우고, 다듬어가는 태도에서 나온다. 지금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졌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장의 평가에 매몰되지도, 무시하지도 말자. 중요한 것은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는 것', 그리고 '10년 뒤, 20년 뒤에 더 신뢰받는 사람으로 서 있는 것'이다. 평판은 한순간의 성적표가 아니라 긴 세월이 증명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