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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보다 먼저 챙겨야 할 단 한 가지

진심이 없는 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평판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꾸며서 유지할 수도 없다. 보여주기 위해 만든 이미지는 언젠가 금이 간다. 하지만 진심에서 비롯된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다.


좋은 평판을 얻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평판을 '얻어야 할 목표'로 두는 순간부터다. 그때부터 사람은 계산적으로 변한다. '나를 좋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것을 보상으로 여기거나 사람들이 무시하면 지나치게 낙심하는 순간, 관계는 진심을 잃는다.


한 때 한 임원이 있었다. 늘 친절했고, 겉으로는 팀 분위기를 잘 챙겼다. 하지만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더의 결정에 불만을 털어놓거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않으면 서운함을 숨기지 못했다. 겉보기엔 친절했지만, 그 친절은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전략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그 마음을 금세 읽었다. 말은 다정했지만, 언제나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었다.


반면 다른 팀의 한 임원은 달랐다. 그는 늘 조용했지만 팀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묵묵히 챙겼다. 회의 전날이면 먼저 회의실을 세팅했고, 팀원들이 발표할 때는 마지막까지 자리에서 지켜보았다.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그래도 우리 새로운 시도를 해서 귀한 인사이트를 얻었잖아요. 다음에는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을 거에요."라며 분위기를 다독였다. 그의 말에는 꾸밈이 없었고, 행동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처음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게 됐다. 그의 평판은 '관리'가 아니라, 진심의 누적이었다.


나는 20년 가까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학생이었을 때도, 리더였을 때도, 지금 멘토로서도. 그중 평판이 오래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그들은 평판을 직접적으로 의식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속한 조직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나의 이미지'보다 '우리의 관계', '내 자리'보다 '우리의 자리'를 먼저 생각한다. 그 마음의 우선순위가 결국 그 사람의 평판을 만든다.


평판은 관리의 결과가 아니라 진심의 부산물이다. 보여주기 위한 나로는 오래 버틸 수 없지만, 꾸준히 진심으로 행동한 나는 시간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보다 마음의 방향을 더 정확히 읽는다. 겉으로 다정해 보여도 계산이 깔린 태도는 금세 드러난다. 반대로 서툴더라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확신하게 된 게 있다. 평판의 본질은 결국 '관계'에 있다. 평판은 혼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신뢰 위에, 누군가의 기억 속에 쌓인다. 그래서 평판을 관리하기보다 관계를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루 한 사람이라도 더 진심으로 대하고, 한 번의 대화라도 더 따뜻하게 마무리하려는 마음. 그 작은 습관이 결국 나의 평판을 만든다.


진심은 빠르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장 강력한 신뢰로 돌아온다. 시간은 말보다 태도를, 이미지보다 진심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좋은 평판'보다 '좋은 마음'을 먼저 택하려 한다. 진심이 단단히 자리 잡은 사람의 평판은, 결국 흔들리지 않는다.


matheus-ferrero-yfmjALh1S6s-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Matheus Ferr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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