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보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연말이 되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왜 돌아오는 건 이 정도일까."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스쳐 가는 마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감당해 온 무게가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희생이 100% 보상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사람들의 희생은 아무리 명예와 물질적인 보상이 뒤따른다 해도 목숨이라는 대가를 온전히 보상받을 수 없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일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현실을 우리는 알고 있고, 뉴스와 기록을 통해 반복해서 확인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유독 나 자신의 희생에 대해서만은 정확한 보상을 기대하게 될까. 희생이 늘 계산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내 차례가 되면 그 계산을 시작한다.
조금만 시선을 낮춰보면 이런 장면은 아주 흔하다. 누군가는 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불편한 책임을 떠안은 채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언제나 같은 크기의 보상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조용히 지나가고, 특별한 언급 없이 다음 일로 넘어간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이 정도 했으면, 이만큼은 돌아와야 하지 않나." 이 질문이 반복되는 순간, 희생은 선택이 아니라 거래가 된다. 그리고 거래는 기대를 낳고, 기대는 쉽게 서운함으로 변한다.
문제는 조직이나 타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희생이 보상과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이 생각 자체가 우리 마음을 먼저 지치게 만든다. 100% 보상을 전제로 한 희생은 이타심이라기보다 계산에 가깝고, 그 계산이 어긋날 때 억울함은 빠르게 쌓인다. 조직에 대한 불만, 사람에 대한 서운함도 대부분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보상되는 희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의 희생만큼은 예외가 되기를 기대하는 걸까. 어쩌면 그 기대가 "나는 손해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을 키우고, 그 마음이 관계와 조직을 조금씩 메마르게 만드는 지도 모른다.
연말은 그래서 좋은 시기다. 돌려받지 못한 것들을 곱씹기보다, 이미 누리고 있었던 것들을 돌아보기에.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오직 나의 힘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차분히 인정하기에.
연말의 이 질문 하나가 나를 억울함 속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얼굴들을 떠올리게 했으면 한다. 완벽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 계산 없이 건넨 작은 선택들이 이 한 해를 버티게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희생은 언제나 정확히 환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말에는, 돌려받지 못한 것보다 이미 받았던 것들에 조금 더 마음을 써보면 좋겠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면, 올해의 끝은 억울함이 아니라 감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