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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책 끝에 내린 결론

성장 없는 자책은 그만두고 성장하는 반성을 하게 된 이야기

내가 한국대학생인재협회(이하 '한대협')에서 20여 년간 리더 생활을 하며,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정을 꾸려오며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실망하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해 보며, 오늘은 특히,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건강하게 소화하는 팁을 나눠보고자 한다. 먼저 내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토록 경멸하던 모습을 내가 갖고 있더라


나는 한대협을 운영하면서 짧을 때는 8주, 길 때는 12주 간격으로 조직 개편과 승진 대상자를 생각해야 했다. 그 과정 속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멘탈인지, 얼마큼의 일머리가 있고 어떤 가능성과 리스크가 있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사람을 잘 파악하는 편이다 보니, 내가 어느 순간 너무 쉽게 남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크리스천으로서 이런 죄악을 반복해서 짓는 내 자신이 참 싫었다. 내가 그토록 경멸하던, 남을 판단하는 교만한 모습을 내 속에서 발견하고, 심적으로 괴로워 2주 정도 집중 기도했었다.


네가 뭔데. 네가 죄인이지.


하나님께 처음에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제가 어떻게, 이 죄를 또 지었네요." 라며 '제가 어떻게'라는 표현을 나도 모르게 자꾸 사용하더라. 자책과 자기 비난으로 얼룩진 내 기도를,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하나님이 바꿔 주셨다. 기도 중에 "은지야. 네가 뭔데. 네가 죄인이지."라는 메시지를 주시더라. 그와 동시에 나를 안타까워하시고 답답해하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 응답을 듣고, 가만히 멈춰 생각을 정리해 봤다. 살짝 민망한 얘기지만, 하나님은 나의 의로움에 대해 별 기대가 없으시더라. 나의 연약함과 한계를 너무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계셔서 나의 의로움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으시다는 사실에 오히려 큰 위안을 얻었다. 내 마음이 자유로움을 얻었다. 힘이 났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기도 중에 '제가 어떻게 이럴 수 있죠?'라는 물음을 계속 던졌다는 건, 결국 내가 내 의에 대해 잘못된 기대감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의를 내 자신이 높이 평가하고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남을 평가했던 교만을 참회하는 과정에서 나를 비하하며 자책했지만 그 저변에는 나를 높이 평가하는 교만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나에 대한 잘못된 기대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사실 나를 높이 평가했던 교만에서 비롯된 결과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기대만큼 성과가 안 나서, 목표를 달성 못해서, 반복되는 실수를 해서, 타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부족해서, 타인에게 비난을 들어서 등이 있다. 이 원인들 역시, 그 근본을 파고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던 것. 이건 높은 자존감이 아니라, 잘못된 기대치였던 것이다.


우리는 불완전하다
시작일 수록 서툰 법, 실수,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우리는 불완전하다. 특히 어릴수록, 서툴수록, 경험이 적을수록 불완전하기에 실수하고 실패한다. 사소한 말실수에서부터 타인에게 상처 또는 피해를 주는 잘못도 저지른다. 입시/ 취업/사업 실패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인간관계/리더십의 실패 등도 경험한다. 이러한 실수와 실패는 내가 완전하지 않기에 발생한 결과값이니 너무 낙담하지 말자. 실망하고 자책하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오자.


반성 없이는 깨달음이 없다. 성장이 없다.
반복 없이는 성장이 어렵다.


그 대신 반성을 하자. 실수 또는 실패하기 전에,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는데, 고치지 않은 것이라면 뼈저리게 반성하자. 예를 들면 나이가 많을수록,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인데, 성품이 모난 것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부모 탓, 환경 탓을 할 수 없다. 부모 탓을 할 수 있는 건 미성년자 때 얘기 아닐까. 


또한 나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는 기회삼자. 실수와 실패를 통해 무엇이 부족한지 알았으니 그걸 채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자. 체화될 때까지 반복 학습하자. '나는 이런 것에 취약하구나. 그 부분을 보완해야겠다.  부분을 조심하고 경계해야겠다.'라고 거듭 인지하고 성장하기로 결심하자. 


그리고 만약, 자신의 실수, 잘못, 실패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줬다면 진심으로 깊이 사죄하고 보상할 수 있다면 보상에 최선을 다하자. 자기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타인의 아픔은 모른 체하고 책임지지 않고서, '나는 불완전하니까'라는 명제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론이다. 나에게 실망했을 때 자책하기보다는 반성하자. 다시 일어서자. 두 발에 힘을 주고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고 다시 노력해 보자. 그리고 나를 잘 알게 된 기회로 삼자. 나의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파악했으니 반복 훈련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자. 하루하루 견실하게 채워나가 보자.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기점으로 우상향 성장 곡선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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