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절하되 호구는 되지 말자 돈뿐만 아니라 감정도!

경제적, 정서적 착취자들의 요구와 기분을 맞춰줄 필요는 없다

애덤그랜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의 내용에 착안하여 인간관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기버(Giver)들, 즉 누군가를 돕고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사람들이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입증한다. 그리고 거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성공 사다리의 밑바닥에 있는 이들도 기버라는 것이다. 하위층의 기버들은 대부분 사람들한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상위층의 기버는 타인도 돕지만 자신의 이익도 챙길 줄 안다. 그들은 이기적인 사람을 처음 몇 번은 도와줄지 몰라도 더는 도와주지 않는다. 성공한 기버는 상대방이 테이커(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라는 게 명백해지면 매처(받는 만큼 주는 사람)로 변신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기적인 이타주의자, 똑똑한 호구가 성공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글에서 똑똑한 호구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경제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처신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똑똑한 호구는 일단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베푼다. 음료를 사기도 하고 밥을 사기도 하고 선물을 주기도 한다. 또는 돈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상대방이 그 가치를 인정하는지, 예쁜 말이든 물질이든 다양한 형태로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는지를 생각해 본다. 만약 누군가가 그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작게라도 보답하려 하지 않는다면 관계를 재평가해본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똑똑한 호구는 그들로부터 서서히 거리를 두며 그에게 베푸는 정도를 조절해 나간다.


정서적 측면에서의 똑똑한 호구는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기 전에, 자기감정 관리를 잘한다. 자신의 마음 상태와 멘털 에너지를 잘 점검하며 산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나 자신부터 바로 세워야 가정이든 단체든 사회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친절하게 대하고 배려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는 건 아니다. 이들은 정서적 착취자로부터 자기 자신의 감정을 보호할 줄 알고 거리를 둘 줄 안다. 타인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하는 정서적인 착취자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겠다. 하나는 타인을 통제하려고 조종하려 드는 사람들이며 다른 하나는 타인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에너지 뱀파이어들이다. 전자의 경우는 비난 또는 칭찬을 통해서 타인을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게 하려고 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협박, 엄포 등을 놓으면서 압박감, 죄책감을 조장하는 형태로 소통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자신의 문제와 감정에 과몰입되어 있어 상대방에게 끊임없는 공감을 요구하며 상대방의 에너지를 빨아먹는다. 이 두 부류의 공통점은 타인의 감정보다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들을 만났을 때는 적정한 거리 유지가 필수다. 똑똑한 호구들은 그들의 과도한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으며 때로는 맞서기도 하고 때로는 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며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똑똑한 호구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사람이지만 그냥 아무 사람이나 만나지는 않는다. 자신의 경제적 자산을 지키고 정서적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는다. 경제적이든 정서적이든 건강한 상호작용이 되는 사람들, 선순환이 일어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이를 확장시켜 나간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지향한다. 더불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기본적으로 타인을 돕되, 이용당하지는 말자. 자신의 자산도 잘 지키고, 자신의 감정도 잘 돌아보자. 똑똑한 호구가 되자.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똑똑한 호구들끼리 모여 상부상조하는 복된 만남들이 풍성하기를 바란다.

keyword
이전 11화신뢰를 얻는 3요소: 꾸준함, 헌신, 정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