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무도회

사랑의 자격

by 김범화


어느 날, 무도회가 열렸어요. 왕이 말했습니다.

"가장 불행한 자에게 행운을 주겠노라'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사람들은 파트너의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왕이시여, 제가 제일 불행한 자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사랑받은 적도, 사랑하는 이도 없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을 당해 이제는 애인도 재산도 없나이다.

"불쌍한 제게 행운을 베푸소서!"

순식간에 행복하던 사람들이 불행해졌어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웃는 얼굴이 구겨져 이제는 누가 누군지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저 자보다 제가 더 불행합니다!

그들은 점점 언성을 높이더니 구둣발로 서로를 밀치기 시작했어요! 난장판이 된 무도회장에서는 이제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졌어요.

-네까짓게 뭐가 불행하다고 난리야? 너 같은 건 불행할 자격도 없어!

사람들은 누가 말을 시작했는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제 모두의 치부가 구경거리가 되고 헐뜯는 게 사람인지 사랑인지......


이 소란을 틈타 천사는 손쉽게 왕의 탈을 벗어던지고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댔답니다.

"이거 보게, 인간들은 사랑을 불행의 척도로 쓰는구나! 가련한 자들이로다!"

그래서 행운은 어디 있냐고요?

글쎄, 유리구두는 동화에서나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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