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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noh Oct 02. 2022

20주년  셀프 선물

자기만의 콘서트를 꿈꾸며

2022년 10월 1일 올림픽 공원

내게는 별밤지기로 친숙했던 이문세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올림픽 공원역에 내렸다.

보라색 물결이 엄청났다.

9호선 탔을 때부터 보라색 드레스코드를 갖춘 분들이 눈에 띄었으나 몰랐었다. 점차 사람들이 많아져 다들 이문세 보러 가는 줄 알았다. 심지어 우리처럼 백팩을 짊어진 이들을 보니,

마음이 편해지며 역쉬~  야외 콘서트는

간식 가방이 필수라 ㅋㅋ 진실을 터득했다. 그들도 나처럼

역시 이문세 잔디마당 공연을 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지하철 문이 열릴 때부터 엄청난 인파에 코로나 시대는 간데없고~

꽉꽉 채운 계단이며 입구에 점점 보라돌이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왜 보라일까?

입구를 나오자마자 상인들이 즐비하고~

각종 기념상품과 페어링 부스가 눈에. 띄었다.


보라색 머그컵이 쭉 진열된 수레에 그 이유를 확인했다. 거기 새겨진 인물은 이문세가 아니라

김호중이었다! ㅋㅋㅋㅋ

청년부터 아주머니 할머니까지

손에 손잡고

김호중 기념품을 챙기고 있었다.




인파는 보라색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이분되고

김호중의 체조경기장을 지나자

드디어 잔디마당을 진입시키기 위한 스텝들이 분주히 안내를 맡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 넓어빠진 서울 바닥에서

우리들의 영원한 문세 아저씨 공연 매너가

남다른 비주얼로

올림픽공원의 자취를 채우고 있었다.


장대한 줄과 기다림 이윽고 입장한 칸막이 담벼락 뒤에

특별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재주 소년

두번째  달

아름다운 밴드의 선율에

차츰 마음이 예열되고~


약속된 시간 6시 반이 지나자 게스트들의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서서히 모든 불이 꺼졌다.

잠시 암중.




잠시 뒤, 엄청난 환호성과 폭죽이

그를 불러냈다.

광화문 연가를 시작으로

심중을 울리는 발라드 페스티벌!


잔디 마당 무대 앞 만 명이 넘는 인파가

야광봉을 흔들며 그를 열렬히 환호했다.

나도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져

먹먹함을 감추지 못했다.



80년 대 저절로 흘러나오던 거리거리의 음악.

별밤에 편지를 보내고 엽서를 응모하던

중학생이

 이제 중년이 되어

노래를 부른다.


가수 이문세의 얼굴에 우리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애환과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던

서글픈 이별의 흔적이 겹쳤다.


그도 우리도 나이 들었고

이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 세대가 되었음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다시 듣는 그의 노래로

세월을 보았고

우리 모두 그렇게 나쁘지는 않게 견디어 냈음을

인정했다.


분노와 격정의 시기

세상의 부조리와 기득권의 부정에

항거했던 세월들


거기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닌 채

벌판에 서 있었고


결혼 20년 만에 콘서트를 계획한 나는

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며

슬픈 나의 인생 되돌아보니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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