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정리

존중받는다는 느낌이란

by writernoh


쪼가리들


다 모아 버렸다고 버린 것이 다음 날 잔재로 남아 있는 것을 본다. 그것들은 어디선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제발 뒷정리를 좀 해!”

하고 애원하듯이 식구들에게 야단을 치는데, 그들은 식탁 위며 책상, 거실, 화장실.. 등등에 족적을 남겨 놓는다. 가족이라는 것이 그들의 모든 치부 같은 쪼가리들은 들춰내지 않고 조용히 해결해 주는 것이라면 나는 좀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일 수 있다. 그들이 그러면서 성장하고 늙어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다. 이젠 스스로마저도 남겨 놓은 찌끄러기에 아주 치를 떤다. 그러면서 함께 겸손해지기는 하지만, 간혹 누군가 내 책상에 와서 손톱을 깎고 남기고 간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발생하는 분노는 여직도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바깥세상에서도 남들이 남겨놓은 찌끄러기를 내가 치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는

한 마디 하고 싶은 직성이 안 풀리는 시절을 여전히 지내고 있으니 삶이 참으로 고달프다.

왜 당신들은 똥을 싸놓고 치우지 않는가? 그러면서 내가 세무적인 문제나 통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굳이 비싼 돈 받으며 결국은 내가 해결할 일로 남겨두면서 어찌 자기주장대로만 하는가. 아주 불친절한 세상이다.


‘결자해지’라고 맺은 놈이 좀 풀어라. 나는 세상에 이렇게 외치고 싶다. 괜히 엉겨 붙어서 남에게 빌붙으려고 하는 족속들을 보면 아주 진저리가 난다. 어찌 됐든 타인의 일에 기꺼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강제로 개입하여 곤욕을 치르게 하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주 예전에 한 말조차 나는 수긍하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간들이다. 개인적 행동만 하고 꼭 누군가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아예 직업적으로 그걸 치우는 일을 하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불만이 안 생길 것 아닌가. 그런 건 또 일부 서류에 약삭빠른 자들만 때에 맞추어 이득을 보게 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기한이 지났거나 나이가 안 맞는다거나 키가 작다는 둥 여러 가지 비합리적인 이유로 제외되는 자들이 있으니 어찌 또 침묵하고 무던하게 살 수 있겠는가.


심지어 우리 구의 국회의원은 아주 개 같다. 유세를 한다고 남의 집 입구를 막고 사람 좋은 척 악수를 하자해서

“저기요, 아저씨 이런 데다 차를 세워 놓으면 주민들이 불편하잖아요!”

했더니 다음부터는 본인은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보고 싶지도 않는데 잘 됐다 싶은데 이런, 텔레비전에 뜬금없이 나와서 완전 패착은 다 부리고 있지 않은가. 너 어디 사느냐 물으면 숨고 싶다. 내가 그 인간 때문에 여기를 떠나고 싶지만, 나는 이사 갈 돈과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고 그 자식은 엄청난 부자이기 때문에 여기를 떠나는 건 그 인간이 떠나는 게 맞다. 이게 사회가 형평성이 없다는 증거이다. 거짓말쟁이에 권력만 좇고 정작 주민 생활은 나아지게 하지 않는 그 자를 국회의원이라고 자꾸 뽑아 놓은 꼴통들이 원망스럽다.



이 지역구 국회위원의 만행을 고발할 길이 없어 광장 집회에 나갔다. 스크린이 보이는 자리는 앉을 데가 없이 가득 메워져, 여기저기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터라 잔디 옆 흙바닥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던 조그만 블록에 내 앞으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소수자라는 깃발을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냥 자기 깃발을 들고 그 앞에 서있기만 하지 옆에 앉지를 않는다. 바닥이 싫은가? 나는 그늘 뒤에 가려진 쪼그리고 앉은 보이지 않는 이가 되었다. 내가 자리를 떠나야 하나. 더욱 스크린을 볼 수 없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얼마 후 굳은 다리를 펴야 할 때가 되어 쭉 뻗고 소리만 듣고 따라 외치는데, 그때 불쑥 60대 아저씨가 짧은 다리를 겅중, 내 다리를 터 넘고 지나간다.

앗, 너무 기가 막혀서... 길이 아닌 사람이 앉은 곳을! 앉은 사람의 편 다리를 넘어 그냥 지나가다니... 어렸을 때 예절 교육을 받지 않은 모양이다. 나이 든 한국 남자들에 대한 편견이 삐죽 솟아오를 때쯤, 어떤 50대 여자가 스마트폰을 귀에 붙인 채 내 다리를 넘어 지나간다. 나는 너무나 이해가 안 되어 또는 열폭되어

“그렇게 넘어가면 어떡해요!”

라고 외쳤으나 흘끗 보고 가버린다.

구석에 있는 한 사람의 다리는 그냥 뛰어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 광장에 나왔을까. 조금 지나가면 통행하는 길이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는데 굳이 타인의 다리 위를 뛰어 넘어가는 이들이 어떻게 민주화를 외치겠다고 광장에 나왔을까.

인간은 떨어져 나간 쪼가리가 아니다.

그렇게 막 무시하고 지나가도 되는 바위가 아니다.

소각되어야 하는 쓰레기가 아니란 말이다.


당신은 타인의 행동이 불만으로 다가올 때 아무 저항 없이 지나칠 수 있을까

거리에서 만난 타인은 내 가족도 아닌데...

하물며 가족의 쪼가리들을 못 견뎌 하다니...

이상하게 계몽되었다.


집에서는 내가 청소해야지. 그저 아무 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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