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허무는 때
그걸 너무 늦게 쑤었다.
김치통을 버릴까 어쩔까 하다가
한참이 지나 퍼덕 밀가루를 풀었다.
찹쌀가루가 집에 있을 리 있나!
찬장에 어떤 가루가 있었다.
한 달 전
새김치를 주시며
뿌듯했을 마음을 뒤로
부랴부랴
다시 전화를 하셨다.
늘 밑도 끝도 없이
자기 말만 하시는 분.
얼른 풀을 쑤어 김치에 부으라신다.
맛있을 줄 알았던 열무김치가
엄청나게 짜서
짠지처럼 먹어야 한다고
이미 판단했는데
그분은 부랴부랴 풀을 쑤어 부으면 짠기가 나아진다고.
머리가 아팠다.
그 후로 한 달여가 지나
뒹굴고 있는 토요일 아침
이미 소금에 푹 무른 김치에
풀을 쑤어 부었다.
나는 풀을 쑤지 않을 작정이었으나
오늘 아침 그냥 그게 하고 싶었을까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느릿느릿 받아들이는 건
어떤 미련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