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불편한 여행

by writernoh

그게 누구 안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떠나기 전에는 즐거운 관계였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도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줄 알았다.

여행 이틀째 밤,

신나서 들떠있는 일행에게

"나는 좀 불편했어"

라고 사실대로 말한다는 것은 용기이다.

일행들의 눈치를 보기도 싫고 계속 불편함을 주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그걸 표시할 수 있을까?

모든 걸 감수해야 한다고 훈계하기에는 좀

개선의 여지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통 모르겠다.

요즘 만나는 인간관계는, 절대 불편함을 말하지 않고 헤헤 웃는 이들이 있다.

식당에서 밥 먹으며

"흐흐흐흐 꺼꺼꺼꺼"

목 넘어가는 소리까지 내며 때마다

시종일관 웃어주는 이도 너무 어색하고

너무 자기표현을 안 해서

뭘 말해야 할지

그만두게 하는 우거지상도 힘든데

용기를 내어 나는 불편하다고 말한다는 것은

무례일까.


모르고 지나가며

굳히는 것은 가족관계나 되어야

가능할 수 있잖은가.


그 친구도 그런 편이다.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하는 게

어찌 보면 안쓰러울 지경의 청년이었다.

"네, 맞아요. 핫하하."

"좋아요. 좋아요."

외향적이었을까. 그런 그가 불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좋아요에 동의할 수가 없었던 것뿐.

그래서

"문제도 있어요."

라고 입을 뗀 것이 화근이 되어 나는 그 그룹에서 축출되었다.


나중에 나는 그 청년을 괴롭힌 악당이 되어있었고

순간 입장이 바뀌어

그가 쏟아냈던 독설과 화는 정당한 것으로

둔갑됐다.


"불편한 것을 말하는데 왜 당신이 화를 내나요?"

라고 했던 항변이 애를 어떻게 한 인물이 되어

나의 용기는 또 무모한 눈치 없음이 되었다.

바로

마음에 안 드니까 모임을 그만두라고 강제 인사를 받았다.


부정과 비판과 오지랖 사이에서

다시 혼자가 되어

비에 씻겨 흔들리는 나무의 휘청거림을 맥없이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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