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쿠오바디스-뒷목 대기들에서 두통 골로

by writernoh


어제부터 뒷목이 뻗뻗하고 고개를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오늘 아침은 그게 머리까지 옮겨갔길래 혹시 무슨 증상일까 검색해 보았더니 이런 게 나온다.



에서~로라는 패턴이 길 찾기로 전환된 것이다.


현대 데이터 시대에는 이런 것도 아주 사소한 해프닝이 되다니, 빈번히 발생하는 빅데이터의 오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빅데이터 맹신은 나중에 논해보고 오늘은 뒷목 땡기는 내 주변의 갑을 이야기를 공유해 본다.


1.

아이의 학교 성교육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여러분~양성 평등해야 해요. 고정관념, 통념을 깨세요!

그러면서 나를 놀라게 했던 말,

좋은 친구 만나고 공부 열심히 하다가 결혼 잘해야 한다고 했던가. 안 그러면 짜장면 배달이나 해야 한다고. 지금은 21세기라고.

양성평등의 시각. 이거야 말로 지구 상의 성이 딱 두 개밖에 없다는 기성의 통념 아닌가. 설마 결혼 잘하려고 공부하라는 말씀은 아니겠지!

마치 결혼이 필수처럼 말을 내뱉는 것에 나는 불편했다.

이분법적 구도로 존재방식을 설명하는 성교육 강사의 언어 모순에 뒷목이 더 뻗뻗해진다.


•어디까지 성인지 감수성이 키워져야 하며

그 기준이 어떤 담론에 기인하는가


이런 사례를 만날 때 나는 어쩌면 학교제도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기들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교육. 그 규칙을 배우기 위해 범생이 아이는 쉴 새 없이 매진한다. 인생의 십 대 시절, 온클 앞에 바친 시간은 어떻게 보상을 받을까?


자신의 좋은 미래를 꿈꾸고 도전하는 아이에게 제도권 교육이 해결해 줄 인생사가 얼마나 될까?

틀에 박힌 지식의 교과서도 없애고 지성을 위한 교육은 각자도생으로 자기 분야에 몰입해 연구하면 안 될까 희망한다.

그야말로 제 능력으로...

전체주의 다수를 위한 희생제물이 아니길!


2.

그럼에도 과감히 공교육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은 그 아이가 살 세상은 그 아이 몫이기에 내 의지로 판단하기가 두렵다.


갈피를 못 잡는 대혼란이 두려워 집단에 의지하고 주류를 좇다 보니, 그게 하나의 사상이 되고 힘이 되어 먹거리 문제마저 들러붙어 공생 또는 기생하는 관계가 아주 꼴불견이다.


자기를 홀라당 잊고 타의 가치를 추종하며 익히느라고 얼마나들 애쓰고 있는가?

적어도 내 인생은 그 도가니에 빠지지 않으려

비정규직이라도 공기관에 발들이고 제도권에 편입되어 살아야지 하는 유혹을 뿌리치며

얼마나 포기하고 돌아 돌아왔건만

여전히 소로우나 헨리 조지는 아니다.


어젯밤 속 터지겠다 하여 만난 지인은

직장에서는 상사나 동료가 위계를 찾아 얹다가도

자기 필요할 때마다 미안하지만 이건 너의 몫이고라는 태도에

싫으면 다니질 말아야 하는 입장이라 이래저래 업무만 쌓이고 어제는 불시 하달 지시에 점심도 못 먹었다 한다.

버티기가 힘들다는 말에

아니, 그렇게 당당한 그 역시도 괴로워하는

그 직장이라는 데가 정말 꼴 사나운 데로구나.

이 사회를 어쩌면 좋을까 싶었다.


또 다른 이는 자기 과실도 아닌데 책임지라고 모멸적인 발언을 내지르는 상사를 보며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고!


다들 뒷골이 땡기겠구나.

현실을 묵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아야 한다.


3.

10월 21일 오늘도 연일 택배기사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말이 안 되는 업무량에 권리금 문제, 오히려 손해 배상 압력까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몰고 가나.


과로로 쓰러지거나 관련된 희생자분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는 사회에 살고 싶다.



4.

상가 부동산 임대차 보호법과 나비를 잡는 아버지(현덕)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상가 건물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법률로 대표적인 갑을 관계로 꼽히는 건물주와 상가 세입자 관계에서 사회적 약자인 상가건물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여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다. 헥헥~


내가 아는 이들 중

작은 건물을 지닌 영희 씨는 부동산법이 바뀔 때마다 큰일 났다고 정책이 잘못되었다 실망을 한다. 평생을 노후를 안정되게 살려 마련한 건물인데 손해를 본다는 입장. 하지만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가게를 문 닫아야 하는 이들은 정책이 필요다. 비록 법을 피해 주인이 아예 계약 갱신을 안 해 떠도는 경우가 있다지만.


월세도 내야 하는 작은 짜장면집을 운영하는 효숙 씨는 배달직원을 구하기가 어려워 자기 일당도 없이 구인 앱을 써가며 불시 통보하는 배달직들의 결근문제를 해결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명퇴한 50대 동훈 씨는 짜장면집 배달원을 하며 혼자 살아간다.

여기저기 몸도 아프고 한 평 짜리 방에서 남은 인생이 덜 고달프길 바란다. 배달하며 부딪치는 인간관계 일은 그의 직업 사명이 해결해야 하는 일. 하지만 그는 음식배달 갑질을 견디지 못한다. 클래임은 고스란히 주인의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사명보다 가게 주인의 친절과 인센티브가 더 중요하다. 그의 권리의식과 개인적 퀄리티는 자기가 그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 것이다. 가게 주인은 그에게 무엇을 바랄까.


이들은 먼 데 강사가 오늘 아침도 짜장면 배달이나 하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을 하는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5.

바우는 국민학교 때 경환이보다 공부도 잘했지만 영세 소작농의 아들로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어느 날 서울 중학교에 진학한 경환이가 내려와서 나비를 잡는답시고 유행가나 부르며 들판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시답지 않았다.

바우는 농사일을 거들며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자기네가 경환이네로부터 도지를 주고 땅을 받아 심은 참외를 내다 팔면 식량도 구하겠지만 자기 꿈을 위한 책도 사볼 터였다.

그날 경환이는 나비를 잡는답시고 참외밭을 짓밟았고, 바우는 그의 멱살을 잡아 일이 커지자 어른들이 말려야 했다.

이 일로 불려 간 바우 아버지는 바우의 스케치북을 발기발기 찢었고 바우는 분노하여 뛰쳐나간다. 들을 쏘다니다가 저 멀리 흰 것이 희끗희끗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경환이네가 머슴을 시켜 나비를 잡게 하는 모습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였다.


6.

근대 중상주의, 산업혁명을 거쳐 성장한 자본주의.


자본가의 역할은 이렇게 새로운 지배 신분을 만들었고 그 안에 살아야 하는 입장에 놓인 다수의 서민들은 계몽사상 이래의 인권의식을 일부 포기한 채 현대에 이르렀다.


•바우는 경환이에게 나비를 잡아주어야 하는가


•경환이 모친의 요구를 들어주면, 남는 모멸감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배달원의 불친절에 주인이 해야 하는 사과의 뒤편엔 어떤 보상이 이루어지는가.


•건물주의 월세 인상은 자본주의의 정당한 권리인가 불로소득인가


쫌, 들여다보자.


•자기 텃밭을 가꾸며 사는 이는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텃밭을 소유한 대가로 행복을 담보받는 논리가 자본주의 구조가 아닐까.



부제설명: 쿠오바디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내가 뒷목이 아픈데

저 지도대로 가야하겠나이까?


표지그림 : 나는 아직 이 시대에서 주인이 올 때를 대비하여 등불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깨어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은 나 개인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