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수선공을 보고

사랑받은 기억에 대하여

by writernoh

수박의 행복

최근 드라마 '영혼수선공'을 보며, 한 인간의 결핍이 전생을 얼마나 격분으로 몰아넣었는지 확인하게 됐다.
주인공이 의사의 사랑을 받고 점차 성숙해지는 모습에 남다른 감동을 받았다. 그녀가 분노하는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에
아픔으로 몸부림치는 영혼이 가여웠다.
공밥집 친구처럼 때론 언니가, 때론 엄마가 되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그 누군가에게
일상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극같은 드라마였다.

아침에 언짢았다.
나의 의지와 온노력에도 불구
잠자는 시간이나 일상이 나를 너무 무겁게 한다.
깨어날 때마다 어딘가의 통증으로 일그러진 내가 참 보기 싫다.

밥도 억지로 먹는
그런 옆에서 남편이 수박을 담아 주었다.
거기에 우유를 부어 주었다.
엊그제 함께 맘먹고 비싼 수박을 샀는데
맛있어서 값비싸다는 주인의 말이 허구로 드러나자
상심했는데, 수박우유를 만들면 좀 나아지나 싶은 거였다.

그러면서 과거가 소환되었다.
엄마를 따라 시장에 따라다니던 시절,
요거 사줘, 저거 사줘 했다가
야단맞기도 했지만
더러는 성공했던 기억들.
리어카 수박 장수가 마을에 들어오면 그 큰 수박들을 층층히 쌓아 놓고
거기 셈플 수박에 즉석에서 칼로 삼각형 구멍을 내어 칼로 쑥 뽑아
잡쒀 봐!
했던 모습.
그때 먹어보던 특권은 내 몫이었다!
큰 수박의 한 조각을 다 못 먹고 다시 꽂아 놓고
집에 와서 냉장고 문을 열어 틈틈이 갉아 먹던 기억.

언니들도 이런 기억이 있을까?
시장갈 때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것,
뭘 먹을 때 내 입에 한 입 넣어주던 것,
잘못해도 면죄부를 받았던 이해의 선물~~~

그러고 보니 새록새록 내게는
그렇게 이해받고 사랑받았던 기억이 아주 오래된 시간속에 묻혀 있었다.

나이를 먹고 외롭고 힘들다 여길 때 그게 그렇게 사랑받은 건지를 모르고
고독하게 버텼는데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드라마 속 그녀가 내려놓지 못한 고아라는 두려움에
파양시킨 엄마를 그렇게 집착했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미성숙으로 성인이 되어
분노조절에 실패하고
간신히 만난 정신과의로 부터
자기 사랑의 지지를 받으며
고아원에서 찾은 친모의 편지를 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그녀를 보고
한 마리 아기새 같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녀에게
따듯하게 그 힘 오래오래
기억하길!

수박 한 조각에 그리움과 사랑을 싣고
누구든 묻혀진 사랑의 힘을 발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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