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가 왔어요~~~

인간의 거리

by writernoh


복숭아! 오~복숭아ㅠㅠ


9월. 드디어 이번 주부터는 마을학교 수업을 재개하리라!

마음먹고 이틀 전부터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내 타전을 했다. 서담 관장님 겸 우리 프로그램의 제2강사인 애정샘에게도 어쨌든간 오늘은 우리 둘이서라도 빙고게임에 응합시다! 하고 마음을 맞춰 놓았다.

오늘 아침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문자를 보내고 났는데

복지관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금일 근처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4단계 지속이라 아직 복지관 수업이 불가하고 연합한 서담재 수업도 불~가~하다고......




야속한 코로나 시국에 눈물을 머금고

서담 관장님께

"저기 오늘도 불가하다고... 연락이 왔네요..."

말씀드리니 우린 보이지 않는 허탈의 기운에 휩싸여

"네, 그럼 다음 주에."

기약하고 말았다.

꼬맹이들에게도 긴급 번복 메시지를 보내~다음 주에 꼭 보자~했더니, 세연이만

"네ㅠㅠ."하고 답문자가 왔다.


기대했던 마음의 준비를 내려놓고 다른 수업 준비를 하자, 쓸쓸~~~

그러고 있는데 다 지나갔는지 알았던 매미가 매암 매암!! 울어준다.

"그리 시끄럽지 않은 걸 보니, 너 토종이구나! 반갑다."

하고 바깥 어디 나무인지 모를 허공에 인사를 한다.


이때,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십니까! ♥♥마을 주민 여러분!

장호원에서 따 가지고 온

보옥숭아~복숭아가 왔습니다!

잠시 후 12시부터 103동 104동 사이 후문에서 한 상자에 만원! 판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어라~아직 내 창고에 복숭아가 남았던가! 마침 다 먹고났는데...

아직 방학이 끝나지 않은 우리 집 학생을 설득해서 밖으로 나갔다. 이게 저 109동 앞이면 결코 나가지 않을 것을 집 앞이라니 나갈 마음이 생겨 잠시 기다려야 했다. 10분 후 12시이니..그때 밖에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찍 나오셨으니 지금 드릴게!"

엉? 폭포에 휘말리듯 얼른 나가봐야겠구나 싶어 트럭을 찾았더니 벌써 어르신 너댓분이 구경 중이시다.

"여기 줄 선 건가요?"

하며 보이지 않는 질서를 다잡았다. 그랬더니 내 다음으로 아주머니들이 하나 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탑트럭 안쪽 노란 복숭아가 플라스틱 상자 안에서 차곡차곡 자동 대기 중이다. 흘깃흘깃 바라보니 잔털 가득한 놈들의 크기가 고르지 않다. 그런데 뒤에 서계신 어르신들은

"커! 아주 좋아!"

하시며 자연스레 바람을 잡는다.

"박스가 저거네."

했더니 복숭아 주인은 이만하면 좋은 거라며 일손이 없어 선별을 못해 좀 섞인 거라 한다.

저쪽 정문 109동 쪽에서도 사람들이 나온다. 이쪽에 어느덧 길어진 줄을 보며 걸음을 재촉하는 게 보인다.

재밌다. 이 모습에 사람 사는 맛이 느껴졌다. 그동안 집 안에서 꼭꼭 숨어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먼저 두 봉다리를 사들고 경비실을 지나가는데

"거 뭐요?"

하고 이제야 나오시는 한 할머니가 물으신다.

"복숭아! 복숭아 한 봉지 만 원이요!"

나는 상자에서 옮겨 담은 복숭아 봉다리를

펼쳐 보여주며 백발의 할머니에게 복숭아를 구경시켰다.

아까 내 앞에 한 봉다리 들고 가던 아저씨는 이만큼 멈춰 서서 가족에게 전화를 하시는 것 같다.

"너 어디야? 지금?"


하하. 복숭아 트럭 한 대가 오자 동네가 움직였다.

이곳은 족히 천 세대가 넘는 가구가

살고 있는데 너무나 오랜만에 사람들을 본다.




잠시 동안의 복숭아 장터는 이제

끝난 모양이다. 매미의 소리

속에 잠시 흘러들어 왔던 사람이 사는 소리에 잠시 설레었다. 옛날 생각도 나고!



위드 코로나 시대. 우리는 공생해야 하기에 가끔은 직매하는 상인들의 외침도 귀여겨 들어야 하지 싶다.



집에 와 보니 복숭아가 완전 걸작이다!!!

아까 밖에서 봤을 땐 참 거칠게 생겼다 싶었는데, 까슬까슬한 놈들을 내가 직접 선별해 보니 궁둥이가 무척 귀엽게 생겼고 제법 가지런했다.

먼저 잡숴야 할 것 몇 개를 한참 씻어, 껍질을 벗겼다.

앗! 이상화가 떠오른다!

수밀도~너의 가슴으로~마돈나 나의 침실로~~~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녀석들의 본질.

칼로 껍질을 벗기면서도 춥춥 빨아먹고 싶게도 접시에 물이 잔뜩 고인다.

이런! 녹는다. 녹아^^


잘했네. 잠깐 가서 사 오길 잘했네!

황도 백도 오늘 너희들의 진실을 벗겨보았어!

시원하고 달콤한 유혹에 한참을 빠져있었더니 어느새, 수업 못한 서운함은 여유롭게 패쑤!~

재밌네. 뿌듯함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