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끝자락... 내년 학기를 준비하며 정규 교사 채용으로 한참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다. 갈수록 복지혜택 정도에 따라 선호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지라 지금의 이 어린이집은 인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정확한 호봉체계와 경력 인정, 연차에 따라 늘어나는 휴가일을 필요한 날이면 언제든지 쉽게 쓸 수 있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칼 퇴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몫을 한다. 몇 년 사이에 훅 달라져 있는 모습이었다.
몇 달 전에 출산휴가를 가신 선생님을 대신하여 자신의 아이를 키우느라 몇 년을 쉬었다가, 나와 틈틈이 한 팀을 이루고 있는 대체 선생님도 재입사의 꿈을 가지고 도전장을 내놓은 터였다.
처음에는 인상도 그리 호감 가는 편이 아니고 오래전에 근무를 했던 터라 친한 동기들도 있고 해서 얘기를 나눠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함께 팀을 이루며 맘을 열고 보니 진정성을 담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며 경험에서 나오는 절제되고 안정된 모습까지 참 배울 것이 많은 교사였다.
자꾸만 내 안에 사람을 판단하고 심판하려는 나쁜 습관들이 미안해졌다. 나와 표현방식이 다르고 성향이나 성격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을...
그러던 차에 윗분과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그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봐요... 떨어졌대요...
원의 입장에서도 필요할 때 급하게 불러서 쓰다가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많이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든지
귀띔을 한 거였다.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제 나름대로 대충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이 이제는 너희 아이들도 있으니 몸 좀 생각하라고 할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물어보고 싶어요.. 제가 어디가 맘에 안 들었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함께 면접 보는 친구들은 다 꽃다운 이십 대였어요..
아이 좀 키우고 나왔을 뿐인데 저는 삼십 대가 되어 있네요...
제 나이가 부담스러웠을까요?
아... 맘이 많이 아파왔다. 어린아이들을 맡기고 사회에 나왔을 땐 정말 큰 마음을 먹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운영진들이 많이 바뀌어 있어서 선생님의 숨은 능력들이 전달되기에 시간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
저는 선생님께 정말 많이 배우고 도전이 되었어요...
저라면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을 만큼 성실하셨고...
선생님을 알아보는 기관을 꼭 만나셨음 해요...
그리고 지금 어린 자녀를 키우는 거 쉽게 져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나의 진심이었다. 그렇게 유아기가 우리 인생에 평생 각인되어 인격을 형성하는 최고의 시기임을 귀에 닳도록 배웠음에도... 특히 요즘은 3살만 되어도 아이는 유튜브가 키운다고 할 만큼 부모의 손을 빨리 벗어나는 때임에도... 우리 원의 젊은 선생님들이나 주변에서 엄마들을 만나보면 돈이나 성공을 위해 목을 맨다.
집에 있어도 불안하고 나와도 행복이 없이 고통스럽고~~
이 안전지대가 없는 시대 속에 끊임없이 언론과 세상에서 떠드는 고통의 소리, 한숨소리만 듣고 살아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불안함과 답답함들로
절망이 올 수밖에 없겠지
곧 2월이 되면 뿔뿔이 흩어질 선생님들께 우리 무조건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라고 얘기하지 않으련다.
이 시대의 문제는 네 책임도 당신 잘못도 아니니 영혼과 생각에 쉼을 주고 새 힘을 얻어 가슴 뛰는 일, 셀레는 일을 만나라고...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