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2년째 연기되던 초등. 청소년 정기연주회가 우여곡절 끝에 31번째 공연이 어젯밤에 열렸다.
몇 달 전 집안에 자가 격리자가 있어 난생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고 학교에 가야 했던 우리 집 초등 4학년 막내는 앞으로 검사는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더니...
연일 계속되는 전염병의 증가로 공연에 출연하는 모든 학생들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에 아픔도 이겨내고 무대에 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담담히 검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 달 전부터 자기 공연에 꼭 와서 앞자리에 앉으면 좋겠다며 신신당부를 하기에 아이와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낸 남편의 휴가가 무관중 관람으로 결정되어 무용지물이 되긴 했지만, 아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연습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음에 얼마나 뿌듯해하고 기대감에 부풀었는지...
가족에게 다 알려주고 아직은 소리가 많이 끽끽 나는 부분도 있으니 꼭 이해하고 들으라며 미리 우리를 안심시켰다.
요즘 나밖에 모르는 환경, 특히나 모바일에 빠져 쉽게 포기하고 쉽게 싫증을 내는 시대 속에서 이렇게 서로 어우러지고 오랜 기간 많은 연습을 통해야 아름다운 선율을 이루는 이 기회를 만들기까지 한 음악인의 끝없는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먹고살기도 힘든 시대에 피아노라곤 도시에 2~3 가정이나 있을까 말까 했던 1940~50년경의 어려운 시절 속에서도, 선생님은 좋은 교육을 받고 잘 나가는 교육자요 음악인으로 성장하다가 가정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유명세를 뒤로 하고 한 작은 지방의 초등학교로 부임하셨다.
선생님은 이곳에 오셔서 학부모들과 기업들과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존립의 위기와 위협이 찾아올 때마다 발로 뛰셨다. 그리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개구쟁이 후대들을 향한 열정을 심으셨다. 또한 아이들은 누구보다 변화하고 무궁무진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셨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제자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지금 멋지게 활동하고 있기에...
중간에 힘이 부치는 질병도 찾아오긴 했지만 그 좋아하시던 알코올도 끊으시고 평생 함께하는 음악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도 된다며 다시금 일어나시는 모습에 많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기뻐했다.
이 지역에 금난새 지휘자가 공연을 왔다가 나보다 더 많은 제자를 양성한 이분을 만나보길 원하셨고, 방송사에서도 이분의 삶을 전달하길 원했지만 늘 한사코 뒤로 물러나신다. 내 살아가는 삶을 자랑할 것도 없고 냄새나는 삶을 보여줄 것도 없다고...
하지만 단 하나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 제자들, 지금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성인이 되고 엄마 아빠가 되어 자녀들을 데리고 다시 이곳에 와서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는 그 만남만큼은 절대 잊지 않으신다.
이 또랑또랑한 눈망울에 소망을 주는 자, 꿈을 꾸는 지휘자는 아직 아플 수도 뒷방 노인으로 나 앉을 수도 없이 공연 후 오늘도 다시 지휘봉을 잡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한 노장의 삶에 이 해가 가기 전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