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표시 나지 않게 말썽을 부리며 몇 번을 반복해서 불러야 눈을 한번 마주쳐 줄까 말까 한 ‘휴’ 와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가 갑작스러운 결정에 상처를 받을까 노심초사 걱정인 부모님의 아는 체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있었고 슬픔의 유전자가 또 발동을 해서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지 몰라 생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휴’는 예민한 성격에 먹는 것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팔다리가 아주 가늘었고 낮잠 시간이 되면 웅크리고 누워서 무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듯 불안해하다가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낮잠 자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했다.
“휴, 잠이 안 오니? 캄캄해지는 게 무서웠어? (아주 작은 소리로) 네....
그래,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쉬어 주는 거야... 몸과 마음이 더 행복해
져서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내 몸이 지치고 피곤하면 짜증이 나서 다툼이 많이 생기거든...
그렇게 극한의 불안함도 고양이 소리도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모든 부모가 다 같은 마음이겠지만 '휴'의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자녀에 대한 배려가 유독 컸다. 아이가 지치지 않을 이른 오후에 항상 데리러 왔다가도 더 놀고 싶어 하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한참을 기다려 준다.
그리고 교실 안에 아이에 관한 사진이 붙어 있거나 아이가 만들어 놓은 작품은 모두 카메라에 담아 두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녀가 이사로 인해 조금이나마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고민하다가 결국 오늘 에서야 아이에게 이 사실을 알린 모양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자유놀이를 한 참 진행 중에 있는데 ‘휴’가 다가왔다. 평상시와 조금 다른 차분함으로...
“선생님, 나 내일부터 여기 못 온대요...”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아~ 그랬구나... 계속 다니면 좋을 텐데...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한참 대답이 없다.
무슨 일인가 뒤를 돌아보니 그 아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젠 헤어짐에 익숙해 질만도 한데 참고 있었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 아이는 친구들이 볼세라 얼른 다른 곳으로 뛰어가서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 낸다. 그리고는 더 이상 우리는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유치원 교사 시절 졸업반을 여러 번 맡았었다. 제일 힘든 날이 졸업식이었다. 이제 더 큰 세상으로 새로운 출발을 열어가며 이렇게 성장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임에도...
그날 아침부터 이 아이들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순간순간 힘들고 아팠지만 행복한 시간들이 떠오르며 나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보지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졸업식 송사와 답사를 읽는 순간이 되면 눈물 콧물로 모두를 울음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이젠 많이 여물어져서 나 자신의 생각이 가볍고 단순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쯤이면 이 슬픈 눈물의 유전자가 웃으며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며 떠나보낼 수 있을지...
다시는 만나지 않을 수도, 아니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지워질지 모르는 존재이지만 또 한 번의 어려운 관계를 이어가야 할 ‘휴’에게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너의 뒤에서 기도의 배경이 되어 앞으로 만남의 길을 축복한다는 말을 떠나보내고 난 이제야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