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남은 시간, 세월을 아껴라...
늦은 오후가 되어 맞벌이 가정이나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들이 함께 하는 통합 시간이 왔다.
그런데 오늘따라 꾀나 활기차고 기세 등등하여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늘 놀이를 리드해 나가는 친구가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뭔가 반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생각하며 다른 아이들을 향해 있는데 함께 놀던 친구가 급기야 울며
달려왔다.
“선생님, 린이가 내가 얘기하는데 귀를 막고 막 소리를 질러요.”
우리 어른들 같으면 억지로라도 듣는 척, 공감하는 척, 좋아하는 척을 해 줄 수 있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의 조금 덜 거짓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오늘 우리 린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가까이 다가가 물어봤더니
“우리 엄마가 또 회식을 한 대요. 진짜 신경질 나요!”
“엄마도 간혹 모임이 있을 수 있지~~~ 그럴 땐 아빠랑 남동생이랑 더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놀이도 하면서 행복하게 보내면 되잖아...
“우리 엄마는 회식도 얼마나 많은지 자꾸 나가고, 나갔다 들어오면 온통 신경질만 내요. 집이 어지럽다고... 우리 아빠는 엄마가 없으면 놀아주지도 않고 자꾸 빨리 자라고 불을 다 꺼버리고..."
오늘 화가 난 기분을 연신 발산하며 한바탕 엄마, 아빠를 고발할 작정이다...ㅎㅎ
대부분의 직장 맘이 아이를 데리러 올 때면 미안함과 피곤함으로 다시 가정이라는 제2의 일터가 기다리고 있기에 그리 행복한 얼굴만은 아니다.
하지만 린이의 엄마는 남달랐다. 동생을 한 손으로 안고 달려와서는 아이가 보이면 반가워서 팔짝팔짝 뛰며 두 아이를 힘껏 안아 올려준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아마 집에서도 이렇게 몸으로 많이 놀아주는 엄마여서인지 그 빈자리가 너무도 싫은가 보다.
나도 예전에는 남편이 회식을 가면 이 아이처럼 왜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는지...
집에 있든지, 나가든지 그 자리에서 맘껏 행복해하면 될 텐데...
아이들에게 더 퉁명스러워지고 나의 애씀을 몰라주는 것에 야속하고, 언제 들어오나 체크해 가며 서로를 왜 그렇게도 힘들게 했을까?
우리 아이들도 나를 얼마나 선생님께, 친구들에게, 일기장으로 공개 심판을 했을지~~~
한 번은 아이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다가 ‘우리 엄마가 나를 혼냈던 것을 절대로 잊지 않고 힘이 세지면 꼭 갚아 줄 거다’라는 글을 보며 상대방이 수긍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바르게 훈계하며 올바르게 키우려는 기준들이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었음을 알고 깊이 반성이 되었다.
아직도 나갔다 들어오면 자유분방해진 집안 구석구석 모습에 슬슬 입이 열리며 제동이 걸리지 않아 실컷 충전해 놓은 에너지를 순식간에 무너뜨려 버리기도 하지만...
무시무시한 재앙과 여기저기 악하고 적이 도사리는 2022년 광야 인생길의 시작점에서,
더 이상 원망하며 나의 약점으로 사는 자가 아니라
나의 할 일, 나의 만남, 정리해야 할 일들이 소중하기에 다른 사람의 시간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나의 축복된 정체성을 가진 강점으로, 역동적인 생명의 힘을 가지고 사는 깊은 누림의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왔다.
이제, 인생의 중반을 향해가는 시간과 세월을 아껴야 할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