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얼굴

누가 그들의 미소를 빼앗아 갔을까?

by 그날

초등 딸아이의 과제가 나왔다. 여자 친구는 엄마와, 남자 친구들은 아빠와 함께 사진을 찍어서 학급 창에 올리는 것이었다.


요즘 워낙 AI가 발달해서 함께 찍은 사진을 토대로 아이가 성장했을 때의 모습을 어렴풋이 판가름해 볼 수 있단다. 그래서 우리도 최대한 깨끗한 배경을 찾아, 얼굴을 마주대고 예뻐 보이는 표정을 담아 찍어 보내고 나서 친구들의 결과물들을 서둘러 살펴보았다.


그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엄마와 함께한 사진은 부드럽고 예쁜 포즈들을 취하며 활짝 웃는 얼굴들인 반면, 아빠들의 모습은 너무 삶에 지친 축 처진 어깨에 누가 누가 더 무표정한가 콘테스트라도 하는 냥 무장해제된 모습이었다.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요즘은 하원을 할 때면 아이들을 데리러 아빠들이 도맡아 오신 분들도 많고, 엄마 아빠가 함께 오시는 분들도 제법 된다. 엄마들은 서로 모르는 관계라 할지라도 관심을 가지고 “누구 엄마세요?

우리 아이에게 이름을 많이 들어 봤어요."

언제 한번 놀러 오라든지... 아이들끼리 놀게 해주고 싶어 따뜻한 인사들을 주고받는다.


그러는 반면 아빠들끼리 퇴근시간이 비슷해서 수없이 얼굴을 마주친 경우라도 같은 회사, 같은 부서 내에 아는 경우가 아니면 인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여러 삶의 과정을 거치면서 먼저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인사를 건네면 지는 것이라고 배웠을까?


우리 남편의 얼굴 속에도 어느 순간 무표정할 때는 삶의 고통과 짐들이 고스란히 놓인 회색빛의 무채색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알코올의 힘을 빌려 홍조도 띄우고 굳어진 몸과 마음들을 풀어내는 과정들을 겪나 보다...


그렇게 세상 사람들의 루틴을 조금이나마 벗어 내주고자 남편의 출근길에, 퇴근길에 나도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억눌리고 억압되었던 것들을 털어내고 새 힘을 얻고 평안과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축복을 불어넣어 주고, 돌아올 땐 승전가를 불러주고...

이젠 함께 이 광풍의 삶을 항해할 동역자이기에...


나도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사람을 만나면 이름과 얼굴, 특성들을 빨리 파악한다. 그래서 멀리서 오는 것만 봐도 누구인지 알만큼...

하지만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기에 선뜩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진 못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부터는 누구를 만나든지 먼저 인사를 나누고 미소를 지어 보내는 훈련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밝아져 가는 것을 느낀다.


먼저 웃어주고 인사해주고 환하게 빛을 비춰주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었는지 느낄 만큼...


그동안 나도 모르게 굳어져간 감각들을 하나하나 살려야겠다.

몸도 늘려주고 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할수록 유연해지듯, 내 내면도 살리면 살릴수록 살아나는 것인가 보다..


사람이 두려워서 눈치 보는 인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고백처럼

“마음이 기쁘고 내 입술이 즐거우며 육체가 희망에 거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더욱 견고하고 강건하기를 기도해본다.

그대들이여 비상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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