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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Feb 24. 2022

안전지대는 없다

엄마, 행복이 뭘까? 

아이들이 방학이라 느긋한 아침을 먹고 따끈한 차로 한참 여유를 부리는 아침에, 방에서 나오던 아들이 난 데 없이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2010년까지만 해도 부탄의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최 상위권이었는데 2019년에 들어서 부터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풍요로움을 아는 정보들이 물밀 듯 쏟아지면서 자신들의 빈곤을 인식하게 되었단다.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알게 된 순간...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밟아 가는가 보다


“모르는 게 약일까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행복한 게 진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엔 나보다 훨씬 부유한 자도 똑똑한 사람도 많은 능력을 가진 자도 수도 없이 많은데...


요즘 친구들이 여행 갔다 온 사진들을 많이 올려 놓아 다며 코로나 시국이긴 하지만 우리도 여행을 가자고 졸라댔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기간에 여러 사람이 가는 것 말고 가족끼리 제주도를 가고 싶단다.


지금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여행경비도 만만치 않아, 누나들이 있는 서울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제주도와 거의 막상막하야... 빛깔이 조금 달라서 그렇지..."ㅎㅎ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고, 사방에 숲과 언덕과 시야가 뻥 뚫리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는데, 반대로 복잡한 곳으로 가는 건 어때?”

모두 여행이라니 그 이름만으로도 찬성이다.


출퇴근 시간만 제외하면 도로가 한산하여 카레이서가 된 것 마냥 속도를 내고, 실컷 떠들며 내 세상을 누비는 이곳을 벗어나 한참 만에야 도착하는  복잡한 도시로 향했다.  남편은 좁은 집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완전체가 모여서 왈짜 지껄 함께하는 것 만으로 뿌듯해하고, 아이들은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이며 영화며 서로의 소식들을 나누며 멀리 나가지 못해도 그 시간을 마냥 행복해했다.


우리 집 막내는 이곳에 오면 어김없이 들리는 자신이 가고 싶었던 가게가 즐비한 강남역 주변을 돌며 마냥 신기하기만 한 세상 속에 사람들의 불만이 총집합되어있는 거리의 모습을 보며 “엄마, 왜 사람들이 우리나라 최고기업의 총수를 욕해요?”, “백신 패스는 왜요?” “대통령 선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어요? 모든 게 신기하고 거기에 우리 동네에서 보기 힘든 눈까지 내려 줬으니 에너지가 쁑쁑 솟는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도 언니들의 잦은 “조용히 말해, 걸을 때 소리 안 나게, 이곳에 사람들은 최대한 남을 방해하는 것을 불편해해서 신고정신이 아주 좋아”를 연발하자 “엄마, 도시는 재밌기도 하지만 너무 답답하다며 집을 가자고 재촉한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던 날 밤에 집 근처 아이들이 수없이 들락거리는 가게에서 끔찍한 “묻지 마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삶에 불만을 가진 40대 남자가 알바 하는 20대 청년을 살해한 것이다. 


정말 아이들에겐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 따뜻한 소식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우리 후대들이 살아갈 세상은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의 모습은 진정한 쉼이 없어 점점 피폐해져 간다.


영혼을 가진 존재가 살리는 소리가 아닌 죽이는 소리를 접하면 접할수록 점점 불안해져 가고 마음의 환청을 이기지 못해 무시무시한 주인공이 되어 가는 것... 

그 무고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생각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지역과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영혼의 안식을 누리지 못해 죄에 종노릇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날마다 드리는 가정예배와 기도가 반복적이고 무감각한 행사가 되지 않고 눈을 뜨고 깨어나는 시간이 되기를 함께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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