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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Feb 17. 2022

봄이 오는 소리

다툼과 논쟁에서 화해와 기쁨을...

아침마다 집 뒤로 숲길을 따라 산책을 가는데, 며칠간 맺혀있던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넓은 잔디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겨우내 그 숱한 광풍과 전염병 속에서도 생명은 꿈틀대고 창조의 원리를 따라 우리도 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한결 같이 전화를 해오는 큰아이가 요즘 자신의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며 “금쪽같은 내 새끼”를 얘기한다. 자신은 결혼도 안 했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보고 있으면 자신 안에 있었던 유아기의 상처가 스멀스멀 기억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의 내면이 그대로 전달이 되어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단다.

우리 집 한 아이 한 아이들이 오버랩되기도 하면서....


“엄마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보면 볼수록 결혼이 겁이나”


그 프로를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의원을 찾아다녔겠으며 자녀와의 관계로 어찌나 힘이 들었으면 가장 치욕스러울 수 있는 자신의 아픈 부분을 여과 없이 세상에 내 보낼 수 있었을까? 


남보다 조금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 간의 간격으로 조금 버겁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대화도 많이 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힘든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었다.


두 명의 아이들의 청소년기를 지날 때에도 이야깃거리는 더 많아졌고 집안에 웃음은 끊이지 않았고, 아들을 키울 때에도 성별이 다름에 신선했고 학교에서도 모범적인 활동에다 부족한 부분들을 스스로 찾아서 채워가는 많은 사람들의 칭찬과 기대를 가진 아이로 성장해 갔다.


그러던 아들이 초6 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평과 불만이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음식 투정, 옷 투정에다 모든 것을 하기 싫다며 사람에 대한 미움, 학습에 대한 집중력도 많이 저하되었다.


그러던 중에 담임 선생님께서는 남학생들의 학생회 임원 참여가 너무나 저조하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 왔던 아들을 추천했고, 잘 얘기해 보겠다는 대답을 남겼는데 그 일로 엄마와의 대화를 단절하며 “그렇게 나서고 싶으면 엄마나 해요"라며 며칠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오랜 시간 해왔던 악기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휴대폰의 게임과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득 담은 유튜브 채널에 꽂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정책들을 불만스럽게 깎아내렸다. 


정말 아이를 보는 그 시간들이 괴로웠다. 힘든 생각이 올 때마다 그동안 내 안에 있었던 나의 기준과 내 방법대로 키울 려는 강한 자만과 자존심들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나와 자녀 사이를 이간하고 원수 맺게 하는 존재를 밀어내면서...


그리고 입으로는 “얼마나 많은 게임중독자를 살릴 려고 이렇게 게임도 잘할까?” 큰아이 말 표현대로 “벌써부터 정치에 관심도 많고 아주 큰 그릇이 될 리더”라고 언어를 바꿔나갔더니 나의 기분도 달라지면서 아이도 흐뭇해져 갔다.

자녀를 키우면서 낮아지고 낮아지고 또 낮아 지고를 경험해간다.


북한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중2가 되어가는 요즘, 얼마나 대화가 많아졌는지... 유럽축구를 거쳐 미국의 NBA농구, 국내의 정치토론까지 함께 나누며 아들의 예전 환한 웃음을 다시금 마주하고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림 속에 관계는 더 진해지고 향기로워졌다.


금쪽같은... 에서 보았던 이 시대 지쳐가는 가정의 모습 속에서도 반드시 살아나고 치유되는 그 비밀을 알고 누리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산책길에서 보았던 주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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