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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Feb 10. 2022

우리 엄마


명절 음식과 선물을 한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이다. 이제 이 길을 몇 번이나 더 오갈 수 있을까?


명절 연휴가 시작될 무렵, 미리 인사도 드리고 선물도 갖다 드릴 겸 친정을 방문하여 오늘만큼이나 한 차 수북이 챙겨서 왔었건만...

주고 싶은 마음들이 다 전달되지 않았는지 수화기에 간절함이 묻어난다.

“많이 바쁠 텐데 잠깐 집에 좀 들렀다 갈 수 없을까”


3년 전쯤 허리 수술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거운 짐을 애써 들고서 몇 번의 차를 갈아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식들을 먹일 생각에 쌩하게 왔다가, 미처 내가 손대지 못한 옷장 정리며 구석구석 청소에, 냉장고 정리까지 완벽하게 해 주시고는 본인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들을 위해 바삐 가신다. 


큰 아이들은 이런 할머니와의 오랜 추억이 있어서 인지 방학이 되자마자 내려와서는 할머니의 그 애틋한 사랑의 음식과 구수한 입담이 섞인 토론 베틀을 해야 한다며 도착하여 곧바로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허리 수술을 하시고 잠시  집에 머무셨을 때

젊어서부터 일찍 혼자가 되셔서 기댈 곳이 없었던 지라 그 어느 것 하나 바라 볼 틈도 없이 자식들을 위해 가난을 남겨주지 않으려고 쉴 새 없이 이곳저곳을 누비며 동분서주하셨던 엄마. 


이제는 좀 쉬셔도 좋으련만 그 몸에 배어 있는 부지런함은 떠나보내지 못했나 보다. 하고 계신 일의 흔적들이 마당을 뒹군다.


“막내야, 요즘 잠이 잘 안 와... 엄마가 건강하게 살다가 가야 할 텐데... 너희들에게  부담을 지우며 어떡하지? 

“엄마, 나도 모르는 새 쌓인 상처와 두려움으로 24시간 뇌가 계속 공장문을 돌리고 있어서 그래요.


“아무리 보고 싶은 낭군님도 애지중지한 자식들도 엄마랑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지만 엄마랑 영원히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을 부르세요...”

엄마는 누구 자녀? “하나님의 딸이지”


그래서 문제가 끊임없이 오지만 이길 수 있기에... 모든 문제? “끝! 났지” 

엄마,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죽는 거예요. 그런데 하나님의 자녀는 죽는 게 아니라 자는 거예요... 눈 감으면 천사들이 수종을 들면서 원래의 본향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학교에 간지 3일 만에 6.25 전쟁이 터져 배움의 길이 막혔던 것들을 바쁜 일과 중에도 잠이 오는 눈을 비비며 한글 공부를 시작하시고, 가난이라는 아픔을 알기에 그들을 품는 봉사활동과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 산악회에도 다니시며 꽃과 나무를 맘껏 좋아하셨던 엄마.


그것도 건강이 여이치 않아 모든 것을 접어야 했건만 아직도 만들어 놓은 메주만은 덩그러니 보인다.

“시중에 파는 것은 방부제가 많아. 우리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 많이 나눠주고 살아야지. 내가 아직 그 힘은 있어”

엄마, 그래요... 하고 싶은 것, 주고 싶은 것 기쁨이 된다면 맘껏 하세요”


고분고분 엄마의 말에 순종하며 잘 따랐던 오빠들과 달리, 고집과 자존심으로 엄마에게 모진 말로 한 번씩 못을 박았던 막내딸을 그래도  

너를 낳지 않았으면 이 행복을 얼마나 몰랐을까? 하시며 아빠에게 고마워하는 엄마.


상처를 주고 아픔을 줬던 것들에 밀려오는 분노를 화해와 화평으로 바꾸는 언어를 가르쳐 주셨던 엄마의 아름다운 입술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지혜로운 삶을 사시는 엄마.

당신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0년 10월의 가을날... 새로운 터전에서 새 시작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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