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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Mar 24. 2022

후대를 세운다는 것



그동안 오랜 시간 함께 해 오신 기도 동역자의 생일날... 마음을 담고 정성을 한껏 모아 선물을 준비하여 바쁜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울리는 알림을 열어본 순간. 순식간에 기분이 확 달아나 버렸다.


둘째 딸의 학교에서 지각으로 벌점을 받았다는 문자였다. 벌써 올해 들어 두 번째의 벌점이었다. 당장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쫓아가야 하는 것인지,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아이들을 혼내야 하는 것인지...

서로 도와가며 한 팀을 이루어 미래를 도전해 보라고 멀리 보내 놓았건만 내가 제일 견디기 힘든 생활습관에 구멍이 나다니..


나를 잠시 진정시키며 오늘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 가정에서 모임을 한 지는 5년이 훌쩍 넘었는데, 내가 주일학교 유치부를 맡고 있었을 때 이 가정에 문제가 찾아왔다. 

한참 엄마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나이였지만 가정의 어려움으로 할머니가 이 손주들을 맡게 되었다.


할머니의 부탁도 있고 아이들이 많은 안정도 필요했기에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찬양도 하고 내가 누구이며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동화로, 이야기로 두서없이 전하다가 돌아왔다.


많이 혼란스럽고 정신없음도 몇 달간 있긴 했지만 물러설 수 없는, 반드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해 나아가야 하는 시기였기에 우리는 한 팀이 되었다. 특히나 그곳을 갔다 오는 날 이면 내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어여쁘게 성장이 되어 갔고 초등학생이 되어 시간이 잘 맞지 않을 때가 돌아오자 할머니와 만남을 지속하여 기도회를 열어가며 우리는 나이를 떠나 인생의, 믿음의 친구가 되었다.


항상 손수 음식을 준비해서 밥때가 아닌데도 한 끼도 걸리지 않도록 

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차를 마시며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노라면 나의 실수도 나의 부족함도 다 힐링이 된다.

밥만 주는 할머니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고 네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심어주는 매력적인 익어감을 실천하시는 분...


이번 생신 때에도 손주들이 각자 모은 용돈으로 할머니 설거지할 때 옷이 젖는다며 앞치마도 사고, 커피도 사고 용돈을 담은 편지를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어려운 미역국 대신 스프를 끓여주며 내 보였단다. 


그리고 학교에 가는 길이나, 힘이 빠질 때면 쉬는 시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믿음을 고백하며 새 힘을 얻는다."라는 고백을 들으니  어찌나 마음이 행복한 지 내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을뿐더러 대수롭지도 않아졌다.




저녁이 되어 둘째 딸과 통화가 되었다. “엄마, 내가 미쳤나 봐... 나 자신이 너무 슬프고 비참하단다.” 요즘 학교 스케줄이 자주 바뀌어 알람을 깜박했다고...


고1학년 때 선생님은 집을 떠나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좀 늦은 경우에도 부모님께 연락을 하든지 함께 있는 언니에게 전화를 했지만, 지금의 선생님은 앞으로 예술인이 되고, 사회인이 될 너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 이라며 1분이라도 늦을 경우에는 벌점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 지금까지는 나의 약점을 많이 배려해주고 감추는 것이 순간 좋았을지 몰라도 ‘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자신의 변화가 절실해져서 속은 좀 쓰라리지만 문제가 기회요, 진정한 변화요, 축복인 것을

깨닫게만 된다면...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최고의 선물인데 내가, 학교나 직장 스케줄에 내 몸을 맞춰 간다면 그건 아직 노예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닐까?”

이제는 몸을 네가 길들여 가는 거야! 아침이 주는 그 행복, 그 맛을 느껴보는 건 어때?

"네, 엄마. 이 소녀 정말 죽을죄를 졌사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다시 도전해 볼게요... 저의 과거를 잊어주세요~ㅎㅎ”


내 생각이 바뀌니 누리는 사랑스러운 아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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