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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Mar 31. 2022

생명은 능력이다



양지바른 남녘땅에 마을 마을마다 꽃 잔치가 열렸다.

결혼해서 줄곧 살아온 이곳. 정오의 햇살처럼 따스한 볕이 잘 드는 남쪽의 양지라 해서 광양(光陽)이다. 볕이 얼마나 풍성하면 빛 광에 볕 양인가?


몇 주 전만 해도 매화꽃이 봄의 첫 소식을 전하여 우리 가족도 하동 화개장터를 들러 섬진강을 따라 매실마을을 다녀왔었는데 4월이 가까이 오자 우리 마을에 벚 꽃이 여김 없이 꽃망울을 터트려 온다.


조용하던 마을에 사람들의 소리, 많은 자동차들로 북적인다.

덩달아 나의 산책길도 그들의 표정, 자연의 변화에 에너지가 솟는다. 

아침마다 산책길을 따라

우리나라에 어느 유명한 저항시인으로 사형선고를 받을 만큼 오랜 기간 수감되었던 분이 어느 날, 감옥소 창가에 날아든 흙이 쌓여 그 속에서 생명이 자라남을 보고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인의 내면과 생명, 환경으로의 시선이 전환되었다니, 생명이 있는 곳에서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한 능력을 맛보았던 것인가 보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자연이기에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라고만 여겼던 것들이 햇볕과 양분으로 때론 강한 바람과 비로 키워 가시는 손길을 마주하니 항상 멈추지 않고 변화해 가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음을 느낀다.



소리 없이 자연도 변화되어가는 이곳에서 언제 빼내어 줄 거냐고 따지는 나에게, 봄 손님들이 찾아왔다. 


요즘에는 온갖 유익과 동기가 가득하여 걸려온 전화도 홍보도 좀처럼 

듣고 있다가는 혼미함으로 빠져 버리는 세상. 


한창 몸에 약한 부분이 신경이 쓰여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찰나, 

카드사에서 VIP 고객이 되어 3개월만 넣으면 1년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특별 상품을 거저 준다는 상냥한 전화가 왔다. 평소에 듣지 않던 말이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처럼 달콤함으로 들려오고 바쁜 시간이라 알겠다고 긍정의 대답을 남겼더니 매달마다 돈은 빠져나갔다. 그저 실손 보험 상품이었던 것이다. 그래, 오로지 급여만 받는 통장인데 무슨 VIP에 눈이 멀고 말았는지...ㅎㅎ 


이런 세상 속에서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생명 하나 심겨 주려고 일 년에 1~2번씩 와주시는 고마운 은인들...

이곳에 오면 국밥 하나도 맛이 남 다르다며 왕복 8~9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가, 너무나 평온함에 주저앉아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 않기를 전해주고 쉴 틈 없이 가신다.


이제는 아침과 저녁마다 줌으로, 톡으로 영혼의 씨앗을 심겨주고 전 지역의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시니 내가 혜택을 덜 받았느니 이곳이 너무 낙후 됐다는 핑계되고 책임을 떠넘길 나의 무능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내가 살아나고 움직이고 변화되어 동기 없이 도와주고 유익을 주는 그런 사람...

아침의 햇살처럼 생기를 불어넣어 오늘도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런 사람...

전혀 가질수도 누릴수도 없는 것들을 향한 무한질주 속으로 가게 하는 이리떼가 득실거리는 세상속에, 행복의 비상구를 열어주는 그런사람...

나의 글이 그런 기쁨과 향기를 전하는 생명이 되고 싶다.


주택단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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