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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Apr 07. 2022

4월의 만남


무사히 지나가는 줄 알았던 전염병으로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만나고 오는 곳 곳마다 코로나 소식을 전해온다. 특히나 조용했던 우리 어린이집도 급기야 아침 밴드를 열기가 무섭게 전날 밤 소식을 알려온다. 선생님들과 아이들, 부모님들의 확진으로 날마다 코를 쑤셔야 하는 수난을 겪여야 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이제 걸리지 않은 친구는 반에서 6명 정도 남았을 정도로 점점 좁혀져 오고 있다며 날마다 소식을 전해준다.


그래도 오랜 시간이 경과되고 오미크론으로 변이 되고 나서 점점 무디어진 탓인지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격리를 끝내고 나면 서둘러 어린이집을 보내셨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간혹 하기도 하지만 치밀하게 하지 못하기에 집에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누가 걸려있는지 서슴없이 내뱉고야 만다. 보내면 안 될 상황까지도 폭로해 주는 무서울 게 없는 친구들~ㅎㅎ


급기야 절대 걸려서는 안 되는 임산부 선생님에게도 찾아오고야 말았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내 주려고 먹는 것도 듣는 것도 신경 쓰며, 거리를 지나다가 담배연기가 나면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춘다는 선생님. 그게 더 안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임신 기간 중에 코로나 예방접종이 있어 한참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아이들에겐 쉽게 이겨내 보였던 질병이 자신에게는 시간이 가도 엄청난 고통이 와서 참다못해 약을 먹어 버렸다는 말에... 맘이 아프다.


그래서 그 선생님을 대신하여 오후에 줄 곧 아이들과 함께하고 돌아온 저녁부터 온 몸이 아파온다. 목은 따끔거리고... “안 돼! 안 돼! 지금은 아플 때가 아니란다.” 최소한의 교사로 운영을 하고 있는 중인데 나까지 아플 순 없다. 그리고 우리 집에도 남은 가족들이 많으니...


나 스스로 격리를 하며 내 몸들에게 강한 협박을 해서인지 밤새 땀을 쭈욱 빼고 났더니 그 흔적으로 쉰 목소리만 남기고 온 몸은 개운하다.

코로나가 지나 간 건지... 정말 남편의 말처럼, 우리 가족들이 슈퍼항체를 가졌는지 걸린 사람들과 계속 함께 음식을 나누었는데도 아직은 괜찮다~


이렇게 절대보호 속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4월이면 학교 연휴도 있고 해서 나의 큰 아이들을 보러 잠깐 서울을 방문할까도 했지만 모임에 만나야 할 그녀가 온다는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늘 활기가 넘치고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계산적이지 않는 순수함이 좋았던 그녀가 이사를 간 후로 자주 못 만났다가 요 근래 통화가 되었는데, 마음이 많이 아파 있었고 먹지도 잠을 잘 수도 없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다. 


바로 그녀를 보러 가지 않았던 것에는, 나의 바쁨도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미룸도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그녀 안에 생명의 씨앗이 심겨 있다는 믿음이 가장 컷다.

분명히 그 밑바닥 상태를 경험하고 독수리의 날개 침 같은 올라감이 있을 거라는 무언지 모를 희망이 샘솟았다.


그 몇 달간의 조용한 공백 속에 한 통의 긴 문장이 날아오더니 이번 모임에 얼굴을 내 보였다. 함께 이 봄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고 그 묶였던 몸에 자연을 맘껏 담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와 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함께 한 자연식탁
한참 꽃길을 걸으며 그녀는 얘기했다. 정말 아무것도 위로가 안 되고 들리지 않았는데... “네가 실패해도 괜찮고, 안되어졌어도 괜찮아...”
“너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진 축복의 사람이라는 것...”
“너의 특별한 신분과 권세를 절대 잃지 말라”는 말이 생명의 끈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이 세상 속에서도 다른 힘을 가질 수 있는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

그리고 혹여나 내가 하는 말이 정말 절망적인 누군가에게 큰 못이 되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느끼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살아있는 생생한 삶의 현장 속에 만남도 미래도 소망도 정말 다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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