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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Apr 28. 2022

행복을 주는 사람



  아침부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언니, 저 이번 당구대회에서 우승  했어요. 정말 쉽지 않은 대회였는데 순간순간마다 필요에 맞게 사람을 붙여 주셔서 몸을 풀어가며 집중할 수 있었어요. 저의 부족한 부분까지도 쓰임 받도록~~”


15년 전 처음 이 가정을 만난 건 새벽기도를 가는 길목에서였다. 아파트 단지 한적한 교회를 찾아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녘 날 선 칼바람을 맞으며 가고 있노라면,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 오는 휠체어를 탄 딸과 엄마가 있었다.


나는 추위에 마음까지도 중무장을 한 체 그 누구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오로지 나의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그 새벽에도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안녕하세요~~ 세상에... 엄마랑 새벽기도 가는구나. 우리 축복 덩어리들, 우리 미래의 서밋들... 잘 다녀와요... 축복해요... 하며 이 땅에 천사들이 내려왔나 싶을 정도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옆에 있는 교회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우리는 새벽을 함께 깨웠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세상이 나눌 수 없는 친구가 되어갔다.


한참 에너지가 충만하여 젊음을 불사르며 부족함 없이 왕성한 대학시절을 보내고 있었을 때, 운전을 하고 가던 이 친구는 큰 사고를 당하여 며칠간을 깨어나지 못했고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가, 깨어났을 때는 척추가 다 손상되어 얼굴 아래로는 다시 움직일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한없는 믿음과 주변 분들의 끈질긴 생명의 메시지로 3년간의 재활치료를 마쳤을 때는 혼자서 휠체어로 이동하고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는 상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단다.


특히나, 동생을 위해 끝없는 사랑을 전해주는 오빠의 “정아, 사고가 난 것에 잡혀서 다시 운전을 하지 않으면, 너는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만을 받으며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한계가 오게 돼” 

“다시 시작해봐!”라는 말에 그 두려움을 무릎 쓰고 다시 도전하여 지금은 당구대회가 열리는 곳곳마다 쌩쌩 달리는 열정의 여인이 되었다.


 시합을 할 때마다 나의 실력이 아니고,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기에 절대 교만할 수도 없고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당구대가 머리에 그려지며 기쁨으로 해 나갈 수가 있단다. 이제는 패럴림픽을 목표로~~


그리고 모든 의사 선생님은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 했지만 결혼을 하면, 하나님 앞에 구별된 신실한 후대를 꼭 키워보고 싶어 하더니 두 명의 아들까지 얻게 되어 날마다 감사로 기쁨으로 기도로 키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내가 가진 것에 주저앉아 무기력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게 한다.



얼마 전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시위가 있었다. 이곳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곳이라 피부로 와닿지 않았었는데 큰 딸의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시험기간에 피해를 본 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약자의 소리를 대변해 주고 문제의 근본에 취중 해야 할 

언론의 역할이, 시민들과 장애인의 감정대립으로 치닫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말을 전해왔다.


한 시사 잡지를 보다 한 정치인의 말 “우리 정치인의 역할은 시위가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판결하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왜 꼭 그곳에, 그 시간에 있어야만 했는가를 살펴봐주고 서로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큰 울림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누구인지, 이 땅에 왜 왔는지... 이제는 답이 없는 질문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향한 계획과 해야 할 사명이 있기에 미래를 향해, 그 어떤 환경과 어려움 가운데서도 초월하고 이길 수 있는 위로부터 오는 새 힘을 가진 축복의 날...

이 생명의 빛을 전하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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