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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Apr 21. 2022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오후가 되자 엄마 아빠들이 한 두 사람씩 아이를 데리러 교실 문을 연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부모님을 향해 뛰어 나간다. 그 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든지, 아니면 늦음에 이미 익숙하여 자신의 일을 담담히 해 나가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모아 함께 돌보는 시간... 이제 영아(4살)에서 유아(5살)로 올라온 아이들은 놀이를 하다가도 엄마를 자주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기다리던 엄마가 오면 떼를 쓰거나 가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잘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엄마도 나를 기다리게 했으니 자신의 욕구를 들어달라는 줄다리기도 하는 듯 보였다.


이제 새로운 친구들과 환경에 조금은 익숙해 갈 즈음, 한참을 놀이를 하던 듬직한 6살 남자아이가, 처음 눈에 들어온 5살 가녀린 여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인데도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한참을 보더니 손으로 그 여자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아, 예쁘다. 너 정말 예쁘다.”를 연발하며 진심을 담은 눈빛을 보낸다.


요즘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불편하고 싫은 감정을 표현하라는 교육을 많이 하기에 여자 친구를 바라보며 괜찮아?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싫지 않은 평안한 미소를 띤다.

같은 또래에서 장난을 치는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에 믿음이 간 건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까지도 함께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새로움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모든 시기에 사람들은 사랑을 원하고 그 사랑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 하기에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한창 커나가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성을 이야기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초5학년이 된 우리 집 막내는 요즘 성교육을 한다며 식탁에 앉자마자 배워온 지식을 나누느라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동안 결혼을 하면 어떻게 아기가 그렇게 자연스레 생겨지는지 정말 궁금해하던 딸이었다. “엄마, 왜 한 번도 힘들다는 얘기를 안 했어요? 

지금 자신의 몸이 성장해 가면서 진짜 여성이 되어가는 소중한 시기라면서,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가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나 보다. 급기야 오늘은 여성 위생용품을 선물로 3통이나 받아 와서는 우리나라 복지가 참 좋은 거 같다며 갑자기 밥을 먹다 말고 온 가족 앞에서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ㅎㅎ


한참 궁금했을 중학생 아들도 질문을 자연스레 던진다. 그동안 많이 궁금했을 텐데 먼저 물어보기가 난처한 모양이었다.


며칠 후, 토론 방송을 보았는지 아들은 진지하게 묻는다. “엄마,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생명을 함부로 없애는 거라 정말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아요...”

아들아, 결혼을 하기 전에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알지? 친구들과도 많은 얘기를 했을 테고... 그래서 유대인들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할례를 하는데, 남자들이 소변을 볼 때마다 “너는 언약을 가진 특별한 존재”임을 잃지 말라는 것이래.


이렇게 인간이 절대 할 수 없는 창조주의 영역을 남자에게 맡겨 주셨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존귀한 것인지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낙태가 죄이든 아니든 엄마는 여성의 입장에서 과거의 일에 큰 죄책감으로 시달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고, 너에게 주신 생명의 씨앗을 정말 가치 있게 사용하길 지금부터 기도하는 것이야...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 이상으로, 자신의 모든 피와 땀방울을 흘려  인간의 고통을 끊어버린 그 사랑과 헌신으로 다시 부활하신 그 능력이, 나를 포기하지도 내버려 두지도 않으시고 지금 나와 영원히 함께 하기에, 다시 새롭게 일어나고 시작할 수 있는 이 시간, 이 하루가 너무나 보배롭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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