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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May 28. 2022

상한 갈대도 세우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살리시는 그 사랑



  브런치 안에서, 나만의 약속이 있었다. 

쉼 없이 올라오는 글들 속에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같은 아름다움, 삶의 재치, 폭풍 웃음, 개인의 철학, 소소한 만남, 상처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의 삶을 통째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할까?


뛰어난 글 솜씨가 있는 것도, 드라마틱한 삶을 경험한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은 그 지점. 한 주간 내 마음에 말씀을 받고 그 말씀을 삶 속에서 이뤄 가시는 여정을 오래도록 남기고 싶었다. 바로, 이번 주의 만남처럼...


항상 멀리 있는 이상향을 바라보고 부러워하며 쫓아가기를 반복했는데 높아만 보이던 것들이 실체를 보니 행복하지 않았었고, 거룩한 척 보였으나 끊임없이 몸부림을 치며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으며, 오히려 한 없이 나약하고 별 볼일 없어 보이며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삶들을 가까이 다가가 보니 보화 중에 보화가 감춰져 있었음을 발견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깨달음이 너무 커서 인지 한 주간이 다 끝나도록 한 줄도 정리되지 않는 빈 기계만이 도는 느낌이었다가 출근하기 전, 잠시 만남을 가지며 내 이웃이 무슨 색깔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주변을 좀 돌아보며 브랜드 카페가 아닌, 주인의 철학이 담긴 작고 아담한 카페를 찾아 나눴던 그 대화들에 힘이 생겼는지, 앞으로의 삶들과 한 주간의 생각들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남들에겐 하찮을 수 있는 일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근무조건을 가진 어린이집으로 향하여 아이들을 첫 대면 하는 낮잠 시간.

내가 나의 아이들을 키울 때는 왜 그렇게 몰랐을까? 문제 하나에 급급했고, 불안했고 늘 두려웠던 시간... 


내 자녀에게 해 주지 못했던 안타까움을 이 아이들에게 사랑해주고 축복해 주고 조금 나눴더니 매트를 깔고 누워서도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활짝 웃고는 손을 흔든다.


나에게 와 달라고... 

조금 후에 갈 거라는  눈인사를 한 번씩 찡긋 건네고는 가장 불안해하고 안정이 필요한 아이부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얼굴을 만져주고 미소를 건네며 속으로 이 아이를 향한 축복기도를 하고 있노라면 한 명씩 포근히 잠들어 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로... 

모두가 꽃이라는 노랫말처럼...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수록 녹록지 않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누구나가 사상과 철학과 생각을 세상에 여과 없이 내 보낼 수 있는 문화의 폭포수 속에서 과연 이 생명들이 꺾이지 않고 꺼지지 않는 등불들로 살아갈 수 있으려면...


공부보다 기능보다 물질보다 정말 더 필요한 것.

자신을 날마다 살릴 수 있는 그 영적인 힘과 사랑.

나의 연약함과 무너짐 속에 손을 내밀어 주셨던 것과 같이, 나도 누구를 만나든지 나누고 손잡아 주는 자가 되려면, 내가 오늘을 행복하고 맘껏 누리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이 길에 함께 동행해 주는 친구와 가족들과 이웃들과 기도모임과 포럼 팀들과 꽃을 아름답게 가꾸며 직접 찍은 사진까지 보내 주시는 동역자가 곁에 있어 나의 부족함을 함께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처럼...

꽃을 가꾸시는 분이 좋아한다는 불싸리꽃 (첨 들어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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