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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Jun 06. 2022

내 마음에 천국이 오다

  

  서울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6월과 함께 찾아왔다. 웹툰 작가, 드러머, 영국, 미국에서 나름 많은 공부들을 하시고 작은 교수실에서 평생 연구의 길을 매진할 뻔 한 지식인 등 여러 모양, 각각의 색깔이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은 사람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살리고자 하는 꿈을 가진 자들이었다.


코로나 이후 참 오랜만의 방문인지라 이곳 분들도 날을 기다리며 설렘과 기대감으로 어떤 스토리들이 채워져 나갈지 한껏 부풀어 있었다.

반가운 얼굴을 맞이한 순간, 언제나 옆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가볍게 소식을 주고받고는 짧은 일정인지라 곧바로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몇 분 거리 안에 모든 것이 다 포진되어있는 작은 소도시 순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맛깔나는 음식 투어는 모두 뒤로하고 그 지역의 생생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면하고자 찾아간 곳은 대학가와 무속 촌, 주변 후미진 상가들이었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누구보다 더 이곳을 사랑하고, 잘 안다고 여겼던 곳이 이렇게 종교성이 강한 지역이었나 싶을 만큼 많은 무속인과 온갖 형태의 교회들이 전투적으로 즐비해 있었다.


내가 몇 분과 함께 방문한 곳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간판이 아주 낡은 기도원이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봤던 곳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보았다. 굳게 잠겨진 문들과 계단이며 곳곳에 붙여진 포스터들이 오래된 흔적을 그대로 내 보였다. 순간 무언가가 툭 튀어나올 것 만 같은 혼자였다면 절대로 오르지 못했을 풍경들...


똑똑 문을 두드려 봐도 사람의 기척이 없고 문이 잠겨 있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뒤돌아 서서 오려는데 “누구세요?” 거의 문도 열지 못하고 말끝을 흐린다. 운영은 하지만 혼자 있는 중이어서 많이 두려워하는 눈치다. 가까운 근처에서 온 신분을 밝히니 조금은 안심하며 문을 조심히 여는데, 너무나 가냘프고 애처로운 목사님의 사모셨다.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을 하고 계셨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 넓은 공간에서 암막 커튼을 치고 혼자서 힘이 하나도 없이 무슨 일을 할까 싶을 만큼 처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남편 목사님은 어려서부터 몸이 많이 안 좋으셨다가 뜨거운 기도로 치유를 받고 이 길을 걸어가게 되었는데 다시 희미해진 탓인지 마음과 몸이 약해지셔서 다시금 일어설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하셨다. 함께 한 전도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건넸다. "저의 엄마도 신실한 믿음을 가진 분이셨어요. 교회를 몇 개 세우고 어려운 목사님과 선교사님을 계속 후원하면서 삶이 온전히 신앙생활에 맞춰져 있는 믿음의 사람..."


그런데 엄마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가정은 늘 싸움이고, 본인은 젊은 나이에 암 판정을 받으시고, 무언가 많이 외롭다고 하셨어요.

집안은 어둠의 기운이 흘러 자신도 무기력에 빠져 안티 크리스천이 되어 고통만 주는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끝내 엄마는 40대에 죽음을 앞두었을 때, 그동안 이름도 없이 도와주었던 수없는 목회자들이 집을 방문했고 답도 없는 슬픈 위로의 말을 전하고 갔었는데, 처음 본 딱 한 분의 목사님이 다가오셔서 

“진아, 너와 너 가정의 인생을 훔쳐가는 도둑놈이 있다. 그것을 끝내시려고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어. 오늘부터 날마다 그 이름을 50번만 불러봐라. 너 삶에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처음에는 “세상에 그렇게 쉬운 것을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 허풍쟁이 목사라고 생각하며 마음에 담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을 조금씩 내뱉기 시작했고, 엄마의 죽음과 상관없이 마음의 평안함과 힘이 오기 시작하여 힘 있는 전도자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 사모님, 이제 깊은 곳에 한으로 상처로 사시지 마시고, 함께 그 이름의 능력을 믿고 부릅시다! 교회가 이렇게 수도 없이 많지만 세상에 빛이 되지 못하고 영향력이 하나도 없기에 민폐를 끼치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잖아요. 내가 진짜를 가졌다면 다른 이단, 사이비도 와서 듣고 살아나도록... 마음을 열어 보시고 우리 함께 꿈을 꾸고 일어납시다~!


처음에 만날 때의 그 나약함에서 조금씩 조금씩 찬양도 같이 부르고 이름도 고백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나왔다. 그러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니 이게 꿈인가 싶을 만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참 뛰어가던 모르는 아이가 인사를 하며 가까이 오는 것도...

가게를 열고 열심히 말씀 방송을 보며 일하시는 모습들도...


한낮의 찌는 무더위의 날씨보다 더 내 마음의 찐한 감동을 담아 마침 5일 장날이라 시장에서 팥죽을 먹고, 또 포장을 해 와서 처음으로  남도의 음식들을 함께 먹는 내내 이곳이, 내 마음이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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