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동 …
청수장을 향해 오르다 산장아파트 뒤편 개천을 건너면 북한산 국립공원과 인접한 덕에 개발이 늦어진 산비탈을 따라 아직도 많은 집과 골목이 서울의 옛 향기를 머금은 채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골목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좁은 골목과 언덕을 따라 오르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도 환한 웃음을 내어주길 마다 않는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미소를 나누며 걷다 보면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바로 새마을 카페다.
간판엔 새마을 슈퍼라고 쓰여 있건만 그 앞에 모인 동네 어르신들은 한사코 이곳을 새마을 카페라 부르신다.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자라 환갑이 넘도록 한동네를 지키며 사는 김상사 아저씨 일당들..
천상병 시인을 닮은 대추나무집 아저씨부터 왕년에 장돌뱅이로 전국을 누비셨다며 트로트 한 자락
기가 막히게 뽑아내시던 회장님, 그리고 낮술에도 불구하고 저녁 성당 레지오 모임엔 틀림없이 가신다는
미카엘 아저씨 등등…
낯선 이의 방문과 촬영에 불편하실 법도 한데 그저 웃으시며 동네 이야기 그리고 사는 이야기를 막걸리
한 사발까지 내어주시며 아낌없이 풀어내신다.
그 마음이 감사해 새 막걸리 몇 병을 내어드리고 돌아설라치면 술사 놓고 어딜 가냐고 자리 한켠을
내어주시며 함께하길 권하신다.
그야말로 생각지 못한 낮술이지만 영락없이 잡혀 앉아 이잔 저잔에 술을 채우며 귀를 세워 그 골목의 세월을 담고 눈을 열어 그 골목의 사람을 담는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지다.
술이 몇 순배 돌고 쌓여가는 막걸리 병에 따라 나도 그 골목에 세월이 된듯한 묘한 성취감도 든다.
그렇게 해가 떨어져 어둑어둑 해져 자리를 파하고 일어서서 산장아파트 앞 개천 다리 앞에 서면 도로변
현대식 간판 불빛에 마치 타임슬립을 하다 현세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 작은 개천 다리는 어쩌면 나에게는 서울의 과거로의 시공을 이어주는 포탈인 셈이다.
그렇게 초여름 어느 날 마주친 새마을 카페는 계절을 넘어 눈 내리는 겨울까지 6개월간 지속되었으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발길이 끊어지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열어 본 사진들을 보는 내내 그때의 기억들로 행복했다.
카페 멤버들의 근황도 궁금해지고 그리고 이렇게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걸 보니 나는 아마 수일 내에 새마을 카페에 낮술 한번 치러 다녀오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