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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Sep 01. 2024

걱정으로부터의 해방

진짜 나를 지키는 일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주어진 절차대로 진행한 일들에서도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준비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육을 하더라도 다치기도 하고, 잔소리를 수십 번 하더라도 친구 옷에 물감이 튀기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 길을 잘 걷고 있다가 갑자기 차에 치이기도 하고 여행을 가고 있다가 배가 가라앉기도 한다. 사고는 마음이 아프니 다른 일들로 생각해 보자. 내 인연이 아닌 줄 알았던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어둠밖에 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가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법륜스님이나 김창옥 강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마음가짐이 스트레스 관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지난번 지방에 갔다가 야간 빗길 고속도로를 배우자가 운전하는 차로 이동한 적이 있다. 걱정이 많은 나에게 비, 야간, 고속도로의 삼종 세트는 고난에 가까웠다. 배우자의 운전 실력을 믿더라도 비, 야간, 고속도로의 환경을 믿지 못하였다. 쌩쌩 지나다니는 옆 차선의 차들을 믿지 못하였다. 빗물로 보이지 않는 차선을 믿지 못하였다. 차 안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들고 천천히 가달라고 말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나는 결국 눈을 감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을 생각했다. 법륜 스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말씀하셨을까.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금 바꿀 수 있는 게 뭐가 있으세요? 운전을 직접 하실 거예요? 비를 멈출 수 있나요? 고속도로를 벗어날 수 있나요? 시간을 낮으로 돌릴 수 있나요? 모두 아니죠?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세요. 사고가 날 수도,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걱정하는 양과 상관없습니다. 사고가 나면 그때부터 걱정하세요. 지금은 그저 창밖을 보며 다른 생각에 집중하세요.



  만약 그가 옆에 있었다면 내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순간 스트레스가 낮아졌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가짐을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걱정이 나를 지켜준다?


  예전에는 불안과 걱정이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은 필요한 일이라고 여겼다. 미리 위험에 대비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도 다칠 수 있고 저것도 다칠 수 있고 변수들이 늘어갔다. 수십 가지의 걱정의 무게를 이리저리 따져본다. 그중 현실 발생 가능한 걱정들을 추려서 이것을 예방하고 잔소리를 한다. 이것이 어찌 보면 나의 직업병이었다. 어쩌다 발생하는 사고가 있으면 나는 양육자들에게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연신 말해야 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걱정은 필요하다. 세월호가 안전불감증으로부터 온 사회적 참사라는 데에 모두가 동의한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요. 매년 해왔던 일인데도요.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는 어떨까? 교실에서 간단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발달시키려다 우연한 사고를 만나게 된다면? 다칠 수도 있으니 모든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은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의 뇌 발달을 이끌 수 있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고 날까 무서우니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맙시다. (재밌는 것을 못해) 애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죠. 사고 나면 책임 지실 건가요?



  우리 삶에는 매 순간 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지만 동시에 평화도 맞이할 수 있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평화가 찾아오니까. 학교도 사회도 같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것. 예방을 위해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하고 흘려보내기도 해야 한다. 그런 마음자세를 어른도 애들도 길러야 한다. 그것은 회피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순간에의 직면이다. 일어난 일을 마주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에의 집중이다. 걱정만 하다가 모든 것들이 위축되어 진짜 좋은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걱정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해방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로 나를, 우리 아이를 지키고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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