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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뒤에 숨어있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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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학생 때는 래퍼가 되고 싶었다. 가요의 가사들은 너무나 짧은데 랩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길게 모두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실제로 랩을 써보려고 시도해 보니 길게만 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친구와 싸운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과 오해가 생긴다. 글자 뒤의 물결 표시가 요새의 큰 성곽이 된다. 진짜 속마음들은 물결 표시 뒤에 숨는다. 물결 표시는 기분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내가 화가 났거나 속상했어도 마치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게 된다. 상대방이 내게 물결 표시를 보낼 때에는 그 또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은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본다. 그러다가 이내 그가 물결 속에 자기 진짜 마음을 숨겼다면 그냥 숨긴 그대로를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며 나를 안심시키고 진짜 마음일지도 모르는 마음들을 모른척한다.




모른 척하기.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마음들을 모른척하는가. 그 척은 내가 나를, 서로를 모르는 척, 못 본 척하게 한다. 이제 우리가 어른이 된 이상 묻거나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하지만 가끔씩 사람들과 뾰족해진 마음으로 부딪힐 때면 그 물결 뒤의 마음들이 이쪽저쪽에서 솟아오른다. 얄팍한 물결 뒤에 가려졌던 큰 마음들이다. 참지 못하고 올라온 마음들은 이제 진짜 너와 내가 된다. 어떤 욕망 덩어리들이 큰가 서로 재보다가 에잇, 그냥 몰라, 이게 나야 하고 말하고 만다. 나도 성인군자가 아니라고! 서운함, 화남, 열받음이 뒤섞이는 인간이다. 현재에 감사하며 살자고 말해왔지만 그렇게만 살지는 못하는. 그냥 인간이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때론 말하고 때론 말하지 않는 것. 말하는 사람이 치우침이 없는 것. 지루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 필요 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잠깐만, 왜 눈물이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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