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한 한강의 시를 읽다가 박지선을 생각한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본 아토피 스테로이드 환자의 진물난 전신사진을 보면서 박지선도 이랬을까 생각한다. 박지선의 생전 아토피 증상을 보고 싶다. 얼마나 심했기에 웃음의 아이콘 그녀가 죽음으로 끝을 내고 싶었을까. 박정민이 연기를 잘할수록 박지선이 그립다. (둘이 친했다기에) 결이 맞고 착한 사람들은 (멀리서라도) 오래 곁에 두고 싶다. 그녀는 항상 합당한 선택을 할 것만 같고. 그렇다면 나의 아토피도 어느 정도의 증상에 도달한다면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알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고통 어린 어두운 시간들 속에서 한강도 견디어 살고 있으니, 나도 너도 그저 살아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한대 우주의 한 점의 고통이니 이 고통들은 그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 이태원 참사 소방관들을 다룬 피디수첩은 보지 못하겠다.
(곧 용기를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