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인지 ‘맥가이버칼’인지 분명히 할 것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어쩔 땐 어리석다. ‘이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 듣기만 해도 사기꾼 멘트 같지 않은가. 또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어’.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게 스타트업의 일상이고, 우선순위를 논하거나 피쳐를 쪼개거나 어떻게 해서든 오만가지 서비스 레시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의 연속에 있다. 그러다 보면 성과도 측정하기 애매하고 어떤 부분에서 사용자가 불편한지, 그중 어떤 부분을 디벨롭해야 될지 감을 잡기 어려워진다.
보통 플랫폼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단일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회원’이라는 제도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라면 거의 모든 도메인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 ‘회원’이라는 제도를 위해 사용자들은 익숙한 듯 자신의 개인정보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몇 가지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중 회원 ‘프로필’이라는 기능에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 겪은 사례이다. 어떤 채용서비스에서, 기업사용자에게 지원자 프로필을 보여준다. 지원자 프로필에는 ‘법규’하는 사진이 있었고, 닉네임도 이상했다. 그 사람은 아무리 멀쩡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도,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당시 C레벨 누군가는 그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며 면접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취업사이트에 자기 프로필을 이렇게 해놓은 사람이면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위트 있는 사람이어서 그랬다면? 우리는 그 프로필의 의도와 의중을 알지 못한 채 결국 면접요청을 하지 않고 서류를 탈락시켰다.
이 서비스의 기획자(또는 프로젝트 리더)는 무슨 생각으로 프로필과 이력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구인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미리 프로필 기능을 만든 것이었을까? LinkedIn과 일반적인 ‘한국의 구직 사이트’가 섞여있는 모습이었다. 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이력서 양식에 들어가지도 않는 이미지를 프로필에 왜 올리도록 만들었는가? 서비스 어디에도 사용자 프로필 이미지가 이력서와 함께 구인자에게 보인다는 안내글은 없었다. 사용자가 인지하도록 이력서에도 이미지가 들어가거나, 프로필 이미지를 구인자도 볼 수 있다는 것만 알려주었더라면 사용자는 저런 장난스런 사진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의도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벤치마킹 후 이리저리 믹스하는 과정에서 의도가 들어가 있지 않은 설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떤 서비스에서는 필요도 없는 프로필 기능을 만든다. 아니 물건 사는데 이미지랑 닉네임이 왜 필요하냐고. 아하, 구매자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는 거구나. 이렇게 서비스를 확장하며 계정의 용도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프로필은 기능적 형태적 진화를 거듭한다. 이 정도면 다행이지만, 프로필을 기반으로 활동이 전제되어 있는 플랫폼에서는 정말 골칫거리다. 차라리 인스타그램처럼 그냥 텍스트로 입력하고 이미지와 링크삽입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뉘앙스가 달라진다. 이력서로 연결되는 정보까지 입력하다보면 얼마나 많은 프로필 항목이 존재하는지. 근데 이 프로필이라는 거, 지원자 입장에서 사실 좀 답답하다. 내가 프로필로 해놓은게 어디까지 노출되는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프로필과 이력서는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구인자가 내 프로필을 볼 거란 생각을 잘 못한다.
프로필 개선 프로젝트를 할 때 이 사례가 많이 참조되었다. “기능상 필요하지 않은 프로필 세부 기능은 과감히 없애거나, 프로필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혀 정보 노출에 대한 혼선을 최소화한다.”
대장장이(서비스기획자)는 칼을 잘 만드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어떤 칼이 필요한지 먼저 묻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용도에 따라 칼날의 모양, 길이, 손잡이의 두께, 칼집의 필요성 등은 달라진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괴상한 칼을 만드느니, “portable”이라는 명확한 컨셉을 가진 맥가이버칼이 해결하고자 하는 뾰족한 문제를 푼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