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서비스들

산통은 이 정도면 됐어요. 육아 난이도도 높거든요.

by 레이지썬데이

이력서를 정리하는데, 쓸 내용 정리하는 것보다 감정을 정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 하나하나 훑어보면서 자식(?)처럼 느껴지는 서비스들. 그리고 그걸 해나가고 있을 때의 내가 떠올랐다. 어떤 서비스는 뭉클하기도 했고, 어떤 서비스들은 아쉬웠고, 어떤 서비스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서비스나 프로젝트의 성향이나 내가 잘하고 못해서가 아니라, 그걸 만들 당시 있었던 이슈나 이벤트들이 떠올라서다.




다 끝나고 나서 정말 벅차오르거나 성장했다는 기분이 압도해서 고생이 미화된 서비스들은 참 고맙게 느껴진다. 아직도 그로 인해 수익을 잘 만들고 있다는 피드백을 퇴사 이후에 듣거나, 당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종종 만나면 마음이 좋아진다. 아직까지 내가 만들어 둔 정책서나 여러 문서들을 보고 있다는 전 직장 임원분의 연락을 받았다. 어찌나 따뜻하면서도 아득하던지. 누구라도 잘했을 텐데, 그렇게 소중하게 다뤄주고 좋게 기억해 주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반면 정말 애정을 쏟아 만든 서비스임에도 그 과정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나는 서비스도 있었다. 아까 말한 ‘다시 마주하기 싫은’ 그것. 어쩌면 내가 욕심이 과해서였을 수도 있다.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사정만 얘기할 때, 들어주고 조율해 주기 바빴고, 권력에 짓눌려 방향성 논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시간에 원하는 퀄리티로 만들어야 했기에 이슈가 생길 때마다 마음의 짐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다. 어찌어찌 애(?)는 태어났다. 막상 끝나니 내 마음에는 한참 부족했지만 그럭저럭 맘에 들었다. 애정도 많았지만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던 그 서비스는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마케팅 플랜과 실행도 쉽지 않았고,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피쳐들이 빠지면서 결국 좋은 사업모델이 되지 못했다. 일정이 항상 중요했는데, 일정에 맞추다가 주객전도 된 케이스였다. 결국 내가 퇴사할 때 즈음 빠진 피쳐를 추가한다고 했었는데, 지금쯤은 더해졌는지 모르겠다. 이미 내 손을 떠난 지 오래인데도 이력서를 쓰면서도 생각나는 걸 보면, 임보자가 입양 보낼 때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다 정리하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또 새로운 장표를 맞이할 생각에 긴장과 설렘이 공존한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떤 프로덕트를, 서비스를, 문제를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