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비범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언제인지 가만히 생각해본다. 뭐든 처음에는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 시작이다. 그럼 그걸 해보는 거다. 어렵지 않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잘하고 싶다. 사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 분야에서 돋보이고 싶어지면 그때부터 답이 없는 싸움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흥미를 느끼고 시작했던 많은 분야가 그랬다. 지금은 글쓰기가 그렇다. 가볍게 쓰는 걸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작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까지 품게 됐다. 어떤 날은 이 정도면 나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자신감이 솟았지만, 또 어떤 날은 이런 거지 같은 글을 쓰고 무슨 작가가 되냐면서 좌절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런 건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던 날,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를 켜고 '글 잘 쓰는 방법'을 검색했다. 이슬아 작가와 유시민 작가의 영상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낱낱이 파헤쳤다.
유튜브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기능이자 개미지옥으로 빠지게 하는 악마의 기능이 있다. 바로 알고리즘. 단 2개의 영상을 봤을 뿐인데 맞춤 동영상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영상이 주르륵 뜬다. 나를 어느새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만 인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꿈틀한 순간. 그 영상들은 마치 사막에 숨겨진 생명수 같았다. 단숨에 관련된 영상을 10편 넘게 해치웠다.
나는 이제 글 잘 쓰는 방법을 10편이나 공부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러면 이제 명필가로도 거듭났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깨달음을 얻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영상을 보고 난 후 뭐라도 달라진 게 있을까. 나는 여전히 영상을 파헤치던 자리에 망부석처럼 앉아있다. 비포와 애프터는 손톱만큼의 차이도 없다. "아니 그러니까, 나도 작가가 될 수 있긴 있는 거냐고?" 여전히 답 없는 질문이 남았을 뿐이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질 때마다 나는 대체로 방법을 찾아본다. 나 말고도 그렇게 방법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이를테면,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영어 공부하는 방법'만 열심히 찾아보다가 결국 영어를 잘하게 되지는 못하고, 공부법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분야가 무엇이든 간에 '잘하는 방법'을 자꾸 찾아보게 되면 결국에 'ㅇㅇ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ㅇㅇ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될 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영상으로 열심히 공부해봤자 잘 쓰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잘 쓰는 방법만 익히게 된다. 그리고 대개, 우리는 이미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탁월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도 핵심적인 방법은 결국 오늘도 내일도 그것을 꾸준히 해내는 것 뿐이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번뜩 영감이 떠올라 일필휘지로 명작이 탄생하는 요행을 바란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고쳐먹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백날 유튜브로 공부하는 사람보다 한 문장이라도 오늘 써내는 사람이 탁월해진다 믿으면서. 거지 같은 글이라도 꾸준히 써내면 뭐라도 될 거라고 믿고 그저 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