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엔 쿨할 수 있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글을 공개하고 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연애는 남 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나만 좋으면 그만입니다.
일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글은 그게 안 됩니다.
일단 남 보라고 썼습니다. 반응을 신경 안 쓸 수가 없습니다.
또 글은 모두 자신 얘기입니다. 정보글이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본인 생각과 경험이 들어가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광장에 나를 전시한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아무도 보지 않는다? 혹은 지나가면서 욕을 한다?
거기서 무심할 수 있다면 열반의 경지라고 봅니다.
굳이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쿨해져야 하는 것...
그게 글을 공개하는 사람의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사람 중엔 유독 내향인이 많습니다.
편견 아니고 경험입니다.
하지만 글을 팔려면 뻔뻔해야 합니다.
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 첫 책 <도둑맞은 거짓말>을 출간했을 때입니다.
책을 팔기가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에 '밀리의 서재'에 넣자고 제안했습니다.
판매를 못한다면 독자라도 늘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밀리의 서재 입점이 결정된 이후에 제가 뭘 했냐고요?
밀리의 서재 마케팅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 책이 맘카페 픽으로 입소문을 탔으니 그걸로 홍보 배너를 만들어 주시면 안 되겠느냐'
대충 이런 패기 넘치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아주 공손하게 보냈습니다...)
그래서 배너에 광고가 걸렸냐고요? 아닙니다.
거절 메일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씹혔습니다.
담당자 입장을 이해합니다. 매일 오는 광고 메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제 말은 이 정도로 뻔뻔해도 팔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저는 평소 굉장히 수줍음이 많은 인간입니다.
글을 팔려면 자신을 날것으로 까야 합니다.
얼마 전 브런치북을 완결하고
인사이트 리포트를 보았더니 조회수는 500이 넘는데
완독자는 0명이더군요.
쿨해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쿨해야 합니다.
글 쓰는 모두, 오늘도 쿨해지십시오.
그렇지 못하면 쿨한 척이라도 하십시오.
쿨하지 못하면, 다음 글은 못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