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게으름을 발견하다.

<낮에는 전시, 밤에는 전집. 1편>

by 시전상인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의 게으름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기 위해서다.


자영업(전집, 음식점)에 몸을 던진 뒤 5년이 넘어가자, 일이 힘들고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문화적 향유와 삶에 대한 기록을 미루고 있었다.

나는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미술관의 분위기나 작품이 좋아서는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미술관 속에는 내가 보지 못하는 다양한 시야와 시선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디자인 큐레이팅이란 수업을 계기로 미술관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작품 관람 이상의 흥미가 생겼다. ]


하나의 예를 들면 AI 산업 이면에서 착취당하는 3세계 노동자들이나 이주여성의 삶과 같은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말이다. 이러한 분야들은 뉴스나 유튜브에서 작정하고 찾지 않는 이상 찾을 수도 없고, 찾는다고 해도 찾아지지 않는 주제들이었다.

디자인 기획자로 일하던 시절, 각 분야별 다양한 시야와 시선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것은 실무에서도 큰 효용성을 가져다주었다.

실무에 효용성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고, 이 덕에 어떤 사람들과도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전시를 보는 효용성을 알리고자 미술관 관람 소모임을 만들었고, 약 1년여간 300명이 넘는 회원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집을 시작하게 된 뒤에는 이러한 영감을 얻으려는 노력을 할 기회가 쉬이 생기지 않았다.

가게라는 공간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온 가족이 생존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미션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그 미션들을 우선시 삼다 보니, 전시를 보는 효용성을 잊은 채로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게을러졌다.


그러다, 문득 정체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가게를 운영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는 진일보했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야의 각도는 좁아졌고, 관심 있는 분야는 몹시 한정적이게 되었다.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자 했지만, 이미 좁아진 시야로는 제대로 된 서적을 찾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낮에는 전시, 예술과 관련된 것을 보며 다양한 전시와 작품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밤에는 전집, 내 가게와 나의 삶을 기록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남기며, 낮에 한 활동들이 어떤 효용성을 가져다주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모름지기 장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팔아야 하고, 그래야 장사를 하는 사람도 수익이 생겨 꾸준한 동력이 생긴다.


하지만 창작하는 행위, 특히 글 쓰는 행위 자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수익이란 직접적인 열매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나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어야 한다. 그럴 것이라고 믿고 이 글을 쓴다.


KakaoTalk_20210411_211554238_01.jpg 2021년 광주비엔날레 기억 한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업하는 사람을 넘어 예술하는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