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시장의 역할이 바뀌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편리함을 제공하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됨에 따라 오프라인 시장은 물건을 파는 장소보다는 고객과 브랜드의 소통과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역할이 변화했습니다.
이전에는 제품을 판매하여 매출을 상승시키는 것이 오프라인 시장의 주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공간에 스토리를 담아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합니다.
서울 논현동에 등장한 둥글고 노란 벽돌집 '롤리폴리 꼬또'는 웨이팅이 끊이지 않고 다녀온 사람들의 SNS 인증샷 열기로 뜨겁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식품 브랜드 오뚜기의 브랜드 경험 공간인 '롤리폴리 꼬또'는 건물의 벽과 천장에서부터 건물을 장식하는 오브제 모두가 오뚜기 제품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고 있어 '오뚜기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공간입니다.
오뚜기의 대표적인 제품인 진라면, 3분 카레, 토마토 케첩 등을 이곳에서 구매할 수는 없지만 이들을 활용한 다양하고 색다른 레시피에서 탄생한 메뉴들을 경험할 수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요리의 가격 역시 오뚜기를 형상화한 숫자 8을 이용하여 모든 메뉴의 가격은 800원 단위로 끝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롤리폴리 꼬또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오뚜기를 보고, 듣고, 만지고, 맛 보고, 맡아 보며 마음껏 느끼고 돌아갑니다. 소비자들의 생활에 익숙해져 오래된 브랜드로 인식되어 온 오뚜기를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에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오뚜기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서울 인사동 거리 한복판에 등장한 동굴같은 건물도 눈길을 끕니다.
동굴처럼 작고 깊은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은은한 쑥 냄새가 사람들을 반기는 이곳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웅녀의 신전'입니다.
곰이 동굴에서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미샤의 대표 제품인 쑥 라인 화장품의 주재료 개똥쑥을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까페입니다. 사람들은 쑥으로 만든 디저트를 즐기고 쑥 향기를 맡으며 브랜드를 경험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롤리폴리 꼬또'와 '웅녀의 신전' 모두 노골적으로 표출된 브랜드의 이름이나 로고,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대신 곳곳에 자리한 은유적인 해석과 상징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하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합니다. 소비자는 경험형 공간에서 브랜드와 교류하고 교감하며 브랜드의 철학과 아이덴티티, 스토리를 소비하게 됩니다.
공간을 통해서 브랜드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홍보하던 전통적인 기존 마케팅 방식을 벗어나 소비자에게 직, 간접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고 브랜드의 지향점과 세계관을 체험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공감하고 지지하게 만듭니다. 성공적인 공간 마케팅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제품 구매는 물론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으로도 이어집니다.
오프라인 시장의 가치와 역할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오프라인 시장은 어떻게 더 많이 팔 것인가를 넘어서,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장으로써 어떻게 더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