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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Feb 15. 2019

귀명창

badac 작가의 듣는연구소 개업축사

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말이 빠른 편이라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무말이나 하게 되는 경우를 경계합니다. 말은 목소리, 표정, 손짓 등과 같이 하는 거니까 유우머 감각과 연기 실력으로 내용을 대충 얼버무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듣는 이들은 말이 끊기지 않고 술술술 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말을 잘한다 = 똑똑하다 =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잖아요.  

말을 할수록, 그 말을 하기 위해 혹은 하고 나서 혼자 좀 정리하려고 글을 써보려고 하면 말의 근거가 되는 '생각'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됩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상상해보기도 하고, 이미 누군가 해놓은 고민의 결과를 읽으며 공부하기도 합니다. 연구자에게는 스스로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이 공부일 것입니다. 인터뷰어로 연구자를 만나면서 '연구'란 지겨워도 계속 보고, 알 것 같아도 여러 방면에서 보고, 본 것들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자기의 말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잘 보기 위해서 많이 듣기도 해야할 겁니다. 이런 연구가 있었기에 나는 내 고민이 무엇인지 쉽게 알고 깊게 생각해보기 쉬었겠지요.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알은 체를 하기도 하고요.


듣는연구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들이 하는 연구라면, 내 삶과 연결된 일이어서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과 변화를 지켜보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하면서 외로웠던 개인들이 든든히 서로의 곁이 되어주고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동료로 만나기를. 함께 움직일 힘을 키우기를 바라봅니다.


듣는연구소가 훌륭한 귀명창이 되기를, 
그러면 자연스레 좋은 소리꾼. 이야기꾼이 되고, 
좋은 이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행동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사랑하는 친구가 준비하는 듣는연구소의 (부탁하지도 않은) ‘개업축사’

http://www.facebook.com/3pages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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