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에 대한 이해와 사용방법 정리
제텔카스텐은 독일어로 메모(제텔) 상자(카스텐)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9만여 장의 메모 가 담긴 상자들을 집필에 이용하였다.
왜 제텔카스텐은 지식관리에 중요할까?
니클라스 루만은 400여 편의 논문, 60권 이상의 저서 등 다량의 저술로 유명하다.
특히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복잡하고 광범위한 지식을 자랑한다.
니클라스 루만은 이러한 독특한 집필이 가능했던 이유가 전적으로 제텔카스텐 덕분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제텔카스텐은 한동안 독일의 사회학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만 이야기되었으며, 널리 퍼지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숀케 아렌스의 영문 책 발간과 함께 롬리서치, 옵시디언 등의 커뮤니티에서 지식관리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텔카스텐은 원자 단위의 메모(정보)를 연결해서, 기억을 강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제텔카스텐은 지식관리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식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스템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텔카스텐을 일반적인 지식관리시스템으로 접근하기엔 곤란하다.
실제로 제텔카스텐의 개발자 니클라스 루만은 제텔카스텐을 또 다른 자아이자,
대화 상대, 주니어 파트너라고 칭하였다.
또한, 루만은 메모가 충분히 축척되어, 복잡성을 나타내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저 자료 보관함에 불과하다는 말도 하였다.
니클라스 루만은 지식관리가 아닌 그다음 단계로서,
대화할 수 있는 상대로서의 제텔카스텐을 정의한 것이다.
실제 인공지능과 뇌과학 쪽에 관심을 가진다면 제텔카스텐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제텔카스텐의 구조는 인간 기억의 구조. 혹은 뉴런과 시냅스의 구조와 흡사하다.
정보는 뉴런에 담기며, 시냅스를 지날 때 발현한다, 맥락은 신경전달물질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제텔카스텐의 강력함은 인간의 두뇌와 유사한 구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명확히 말하면 인공지능의 강도와 가중치 개념은 제텔카스텐에서 빠져있다. 이 부분은 대화라는 방식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부분이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여기서는 숀케 아렌스의 방법론이 아닌, 별개로 해석한 부분만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지식이나 생각에 연관된 메모를 작성한다.
1개의 메모는 1개의 개념만 담는다. 이를 원자성이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지식과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지식은 다른 책의 인용문일 수도 있고, 어떤 공통된 주제일 수도 있고, 다른 메모의 개념일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메모를 검토하고. 확장하고 정리한다.
이는 거친 원석을 깎아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쳐내고, 메꾸면서 개념은 좀 더 명확해지고, 단순해지며, 강력해진다.
메모가 늘어나다 보면, 메모끼리의 관련성이 보일 것이다.
어떤 메모는 대립하고, 어떤 메모는 개선된 내용일 것이며, 어떤 메모는 참조, 혹은 다른 메모의 일부일 수 있다.
각 메모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맥락을 통해 개념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가 생겨난다.
직감으로 새로운 생각을 드러나게 할 수도 있지만, 메모를 사칙연산하듯 결합해 '창발'을 의식적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다.
아래는 '오리지널스'와 '디커플링'에서 각각 발췌한 인용문이다
기술은 (기업의) 추진과 성장의 가속 장치이지, 절대 생성 장치가 아니다.
세그웨이의 경우, 카멘은 먼저 해결책(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찾은 후에 비로소 그 해결책이 쓰일 문제(시장)를 찾아 나섰다.
두 문장은 '기업'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오리지널스와 디커플링에서 각각 끌어낸 두 문장을 합쳐보자.
두 내용을 합치면, 시장과 기술에 관련된 아래와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현재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아야 한다.
위 인용문에서 괄호 안에 들어간 것은 내가 첨언한 부분이며,
두 인용문 모두 기술과 기업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첨언 없이, 인용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면?
아마 연결에 필요한 개념을 쉽게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메모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내가 사용하는 단어, 개념, 문장으로 한번 재가공할 필요가 있다.
제텔카스텐이 처음이라면 우선 숀케 아렌스의 'How to Take Smart Notes'를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어판은 인간희극에서 '제텔카스텐'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다.
단, 제텔카스텐에 대해서 다루고 있긴 하나 초반 개념 설명을 제외하면 상당 부분이 이 기법을 이용한 글쓰기 내용이며, 필요한 내용보다 이해하기 모호한 정보가 많은 데다, 독자에게 상당히 불친절한 편이다.
읽다 보면, 오히려 헷갈리게 되는 부분도 많아 읽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어판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원서에 대한 아마존의 평을 보면, 유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가볍게 읽고 큰 흐름을 이해한 다음, 그 외의 정보과 실제 사용을 통해 습득하는 쪽을 추천한다.
zettelkasten.de 는 이름 그대로 제텔카스텐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는 독일어 사이트이다.
숀케 아렌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좀 더 깔끔한 느낌.
포럼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독일어라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지만, 구글 번역기 등을 이용하면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사실, 가장 좋은 자료는 제텔카스텐의 개발자 니클라스 루만이 실제로 남긴 메모다. Niklas Luhmann achiv에서 실제 메모와 메모를 텍스트로 변환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독일어지만, 역시 구글 번역 등을 사용하면 볼 수 있다. 이곳의 메모 처리 방식을 보며, 자신의 방식과 비교 분석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