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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프화가 Mar 16. 2022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완독기

우연히 발견한 제텔카스텐의 선구자이자 거장



어떤 책인가?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은 다산 정약용의 삶을 지식경영에 맞춰 이야기한다.


예상보다 오래 걸린 완독

나는 주로 출퇴근 시간 20~30분 사이에 책을 읽는다. 

나의 집중하는 독서시간인 셈 보통 책 한 권을 완독 하는데, 30일을 넘지 않는다. 

이번엔 대략 35일 정도 걸려서 완독 하였다. 

알고 보니 종이책으로 치면 600페이지에 육박했고, 페이지당 글 수도 적지 않았다. 

글자 수는 30만 자 정도. 웬만한 책의 2~3배 정도였다. 

되도록이면 리디북스에서 ebook 구매로 읽었더니, 두께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중간에 코로나 확진(지금은 완치)으로 출근시간이 사라진 탓에 책 읽을 시간을 안 만든 것도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차례

다른 책 보다 차례에서 주는 정보가 많은 책이라, 차례를 기재하였다. 제목만 훑어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단계별로 학습하라  

    정보를 조직하라  

    메모하고 따져보라  

    토론하고 논쟁하라  

    설득력을 강화하라  

    적용하고 실천하라  

    권위를 딛고 서라  

    과정을 단축하라  

    정취를 깃들여라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인상 깊었던 부분


다산과 정조의 일화

다산과 정조의 일화는 시대를 앞선 다산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정조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근처 여덟 마을에 심은 나무 수를 매년 조사해서 보고하기를 명령하였다. 

매년 올라오는 자료는 한 수레 분량인데, 이것저것 뒤섞여 파악이 안 되는 상태였다. 

정조가 책 한 권으로 요약하라고 하니 모두 정리해 책 1권이 아닌 표 1장으로 정리하였다.


니클라스 루만과 유사성

이전에 제텔카스텐(도서)을 읽었던 덕분인지 니클라스 루만 과 다산 정약용의 지식관리 방식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둘 다 넓은 학문분야를 통해 다작을 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 

둘 다 많은 메모를 통해 정보를 취합, 분류하여 집필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둘 다 동시에 여러 집필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둘 다 제자들에게 메모 분류, 취합을 맡기고, 전체를 지휘. 본인은 그것을 기반으로 집필하였다..

제자들은 역량에 따라 카드 작업하는 사람, 베껴 쓰는 사람, 교정 보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 등으로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다산의 방법에서 제텔카스텐의 플리팅 노트와 비슷한 개념이 등장한다.

이때 하고 있던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별도의 공책에다가 끊임없이 초록하고 메모해야 한다. 내 눈을 거쳐간 정보들을 얼마나 잘 갈무리해두었다가 어떻게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활용하느냐가 학문의 길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이다.

역시 제텔카스텐의 문헌 노트와 유사한 개념도 사용하였다.

초서 권형(鈔書權衡)은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초록하며 정보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순서로 보면 저울질이 먼저고 그다음이 카드 작업이다.

실제 제텔카스텐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면, 어? 싶은 부분이 꽤 많이 등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다산이 주장하는 것의 상당 부분은 '핵심(바탕)=코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식을 쌓는 입장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 수 있다. 

핵심이 나올 때까지 파고들어야 한다고 야기한다.

처음에는 자신도 껍질을 속살로 알고 붙들고 있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껍질을 벗겨내니 그제야 비로소 파의 속살이 나오고, 지금껏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들은 버려야 할 껍질에 불과한 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 갔던 부분. 방향성과 함께 내 위치 역시 알아야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바탕을 다지는 일은 동서남북을 배우는 일이다. 현실에 적용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것은 상하좌우의 분별과 관련된다. 상하좌우만 알아서는 방향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갈 수 없지만, 동서남북을 알면 길을 잃고 헤매지 않는다.

그 외 어떤 식으로 주장해야 하는지, 왜 주장해야 하는지, 왜 지식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이 책은 핵심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학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언가 익히고자 한다면, 도움이 되는 내용. 

공부 역시 상향식과 하향식으로 분류된다. 

이해를 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수학, 물리 등은 상향식, 논리와 관련이 없는 예술 등은 하향식.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과 이과형 두뇌 활용법에서도 유사한 개념이 이야기된다. 

추상화의 단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학문은 위에서 차례차례 밟아내려 오는 상학 하달(上學下達)의 공부와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는 하학 상달(下學上達)의 공부로도 나눌 수 있다. 공부도 번지수를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다 아는 내용을 적지 마라. 읽는 사람에게 큰 충격(=가르침/교훈)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라.

작지만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려는 나에게 있어 반성이 되는 부분. 

그저, 브런치에 올리기 위해 그저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게 되는 항목이었다.

그저 평범한 교훈은 배제하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내용으로 간추리라거나, 영달한 사람의 몸가짐은 빼도 괜찮다고 하는 등, 항목 선정의 우위를 결정하는 세부지침까지 제시했다.

정리하며

비록 다산이 니클라스 루만 보다 시대가 앞서긴 하지만, 여러모로 제텔카스텐의 거장이자 대선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실, 메모 방식의 지식 관리 자체는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한 방식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에서는 다산 이 이러한 메모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왜 이런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상당히 꼼꼼히 분석해서 정리하였단 점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은 제텔카스텐 실천서이자 지침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의외의 지식적 소득이다.


다음 책은

다음 책은 나의 본류로 돌아와 웹툰의 개론서에 해당하는 '웹툰 입문'으로 정했긴 한데....

사실 오늘 출근길에 다 읽어버렸다. 대략 3-4일 걸린 듯.  빠르게 완독기를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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