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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프화가 Jun 01. 2022

청소아줌마 죽비소리

아침 명상 시간. 마음 다르게 먹기.


아침의 명상시간.

내가 명상을 하는 정규 시간은 

작업실에 도착하고 20분 정도 지난, 아침 7시.

아침 루틴을 마무리하고, 명상에 들어간다.

다른 사람이 없어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명상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다만....


명상에 방해가 되는 소음

딱 그 시점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열심히 청소하시는 시간대다.

사람들의 업무가 시작되기 전 시간, 그러니까 보통 9시 전에 청소를 끝내시는 편이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갈 때는, 딱 청소를 열심히 하시는 시점. 정말 열심히 하신다.

다만 문제는 청소에는 소음이 따른다는 점이다.

윙윙거리는 진공청소기 소리와, 통을 두들기는 소리, 큰 소리로 전화하는 소리까지.

명상을 깨트리는 소음에, 명상시간을 바꿀까 고민까지 되던 차.

어느 날 생각이 바뀌었다.


잡념이 깨어지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날은 아침부터 잡념이 가득한 채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눈은 감고 있고 호흡을 하고는 있지만,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한가득 맴돌이하고 있었다.

숨은 점점 얕아지고,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 


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잡념이 깨어졌다.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소리였다.

늘 소음처럼 거슬리던 그 소리는 그날따라 

잡념에서 빠져나오라고, 내 등을 두들기는 죽비소리처럼 느껴졌다.


죽비소리

죽비는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끝부분이 갈라져있어, 두들기면, 갈라진 부분이 부딪쳐, 소리가 크게 난다. 동양식 캐스터네츠라고 할까.

죽비는 주로, 참선할 때, 참선자가 졸거나 잡념에 빠질 때, 스님이 등을 두들기며 경책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문제는 내 마음이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 청소 소리는 다르게 다가왔다.

청소할 때 두들기는 통은 나에게 현재에 집중하라고 울리는 죽비 소리가 되었다.

진공청소기의 소음과, 전화 목소리는 나를 경책 하는 스님의 목소리였다.

시끄러울수록, 나는 현재의 나에게, 나의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내가 잡념을 끊도록, 현재로 돌아오도록 해주는 고마움이 되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웃긴다.

평소에 명상한다고 듣는 빗소리나, 파도소리나, 어차피 소음의 일부분이다. 

청소하는 소리가 명상을 돕지 못한 건 뭘까.

결국 문제는 소리가 아닌, 내가 소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이었다.

오늘도 나는 청소하는 스님의 경책을 들으며, 명상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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