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적어보는 완독기.
서점을 돌아다닐 때 면 꼭 한번씩 눈에 들어온 책.
매번 펼칠때마다 들어오는 문구들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걸 몇번 경험하고 나니,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구매.
다행히(?) 취향에 맞는 책이었다.
원제는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이다. 즉, 뇌에 대한 7과 1/2의 강의.
이름그대로 뇌에 대한 7.5개의 강의를 다루었다.
...7.5개라니 이상하긴 하다.
사실 도입 강의가 뇌의 진화사를 이야기하지만, 그 주제 전체를 다루기 힘든 편이라, 절반이라고 표현했다고.
이 책은 최신 뇌과학 정보를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부터 정리해나간다.
특히 이성과, 감성의 충돌로 대표되는 삼위일체의 뇌가 틀렸다는 사실.
뇌과학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그와 함께 중간중간 세상에 던지는 사회적 메세지가 꽤 와닿는다.
과학자의 눈으로 보는 옳은 세상에 대한 제시라는 느낌이다.
다만, 리뷰를 보니, 독자들 중 일부는 마음에 안 드는지 이데올로기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나쁜 별점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한국어판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는데, 의외로 책 이름을 외우기 어려웠다.
책 이름을 떠올릴 때면, 시작부터 헷갈린다. '이토록?' '이처럼?' '이렇게?'
....
이토록과 뜻밖에의 연결이 흔히 사용되지 않는 문맥이어선지, 머릿속에 정말 안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외우기 이름 책 이름 중 탑5안에 당당히 들어간다.
물론, 원제보다는 바뀐 이름이 더 인간미 있어서 끌리긴 한데...
남들에게 책소개할 때 버벅거리게 되는 건 단점
이름부터 뇌를 최대한 힘들게 하겠다는 번역가의 악의까지 느껴진다. (아니겠지?)
알로스타시스. = 신체예산.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
뇌가 인체를 잘 살아있도록 유지하는 기능이 주된 개념이고, 그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사회적 종인 인간으로서, 이 예산을 서로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해 사회전반으로 확대하며 풀어나가는데, 꽤 독특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관점이었다.
사회적 종이란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신체자원을 뇌가 관리하는 방식, 즉 신체예산을 서로서로 조절한다는 뜻이다.
성경이나 쿠란 같은 고대 문헌에서 위로받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에게서 신체예산을 지원받은 것이다.
어쩌다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운동과 같을 수 있다. 신체예산에서 잠시 인출한 다음 곧바로 채워넣으면 당신은 더 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최신 뇌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배울점이 많았다. 그 중에 일부를 정리하자면
인간과 쥐의 뇌는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난다. 각 부분별로 자라나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시간이 매우 짧을 경우, 해당 기능이 없어져 보이거나, 통합된다는 부분.
간단히 말해, 인간이든 쥐든, 전체 설계나, 공정은 똑같되, 어느 부분에서 더 오래 생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과연 뇌만 그럴까? 이 부분을 확장하면 꽤 재미있다.
인간이든, 쥐든 뇌의 공정이 같다면, 인체 전체의 공정 역시 유사할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포유류가 태아의 매우 초기모습이 유사하다는 걸 감안하면 그럴듯하다.
즉, 인간이든 쥐든, 전체 공정은 같고, 시간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종 모습이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다.
미래에는 이 공정에 직접 손을 댐으로써, 인간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개인적인 화두는 추상화다.
추상화는 수학과 과학에서 핵심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자(이과형 두뇌 활용법)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며(그릿)
엘런 캔트로의 지식삼각형에서 위로 향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자,
인간이 지혜로 도달할 수 있는 도구(DIKW이론)이기도 하다.
한편, 이 책에서는 추상화를 뇌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추상화는 압축으로 일어난다.
뇌는 감각 정보를 통합해 압축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추상화를 할 수 있다.
정보를 압축 해제하면서,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다.
다른 여러 책과 교차해가면서 추상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머릿속에 좀 더 입체적인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뇌피질의 배선은 압축을 가능하게 한다. 압축은 감각통합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감각통합은 추상화를 가능하게 한다.
추상화를 사용하면 와인 한 병, 꽃다발, 금시계처럼 전혀 비슷하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 이들을 모두 ‘성취해낸 것을 축하하는 선물들’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이북으로 읽긴 했지만, 실제 책은 작고, 적당한 두께의 양장본.
과학쪽에 취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순식간에 읽어버려서 놀란 책.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깔끔한 뇌과학 관련 도서를 읽은 느낌. 좋은 책이었다.
나중에 또 읽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