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만이 이야기하지 않은 제텔 넘버의 비밀
최근 제텔카스텐이 꽤 인기를 끌고 있고,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루만의 메모를 직접 분석하며, 어떻게 사용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다들 누군가의 글을 보고, 반복할 뿐이다.
꽤 오래전부터 직접 루만의 메모를 분석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가, 마침 세컨드 브레인 카톡방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언급되길래 직접 메모를 분석해보았다.
내용이 꽤 긴 편이므로 귀찮으면 아래 '정리' 항목으로 ㄱㄱ
루만의 메모는 Niklas Luhmann-Archiv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내가 분석한 제텔은 ZK I 의 6-3 이다.
OCR 처리가 되어 있고, 나름 연결 구조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구간이기 때문.
다만 OCR은 줄 바꿈이 되어 있어 웹 상에서는 번역이 힘든 편.
따로 복사해서 정리한 뒤, 구글 번역으로 번역하는 귀찮은(..) 방법을 사용했다.
6-3 메모의 내용은 대충 평등에 대한 이야기다. 평등의 정의, 정체성, 절대적 평등이란 없음.. 등등. 복잡하니 넘어가고;;
여하튼, 메모를 보면 재미있는 특성 몇 가지가 눈에 띈다.
메모의 마지막 문장이 끊어져 있다는 점
문장 끝에 붙은 빨간색 숫자
내부에 있는 숫자 넘버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문장이 끊어진 부분부터,
다행히, Niklas Luhmann-Archiv에서는 메모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려준다.
클릭해보니, 6-3a 메모로 연결된다. 짠~
앞서 끊어진 문장은 6-3a 메모에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링크를 클릭함에 따라 6-3g까지 메모 내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메모 중간중간 빨간색 숫자가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무엇을 뜻할까?
재미있는 것은 6.3.1 메모. 이 메모는 빨간색 1로 시작된다. 감이 오지 않는가?
(6.3.1 은 빨간색 1로 시작된다)
감이 오지 않아도 좋다. OCR문장에서도 링크가 걸려있다(....)
클릭하면? 6.3.1로 연결된다.
즉, 6.3 메모에서 빨간색 1 숫자는 6.3.1 메모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구글 느님의 힘을 빌려 6.3.1 메모의 내용을 살펴보자.
- 1 Dieser Vergleichsgesichtspunkt ist im allgemeinen der Ort, wo die Verschiedenheiten zu finden sind, wenn man auf den Gesamtzusammenhang sieht.Z.B. knüpft die soziale Gleichstellung und Gruppierung im 19Jahrh. weitgehend an den Besitz an; für das Gesamtbild ergibt sich deshalb die Gliederung in ungleiche Besitzgruppen.
- Dasselbe gilt im Jahrhundert von der Arbeit.
- Diese Erscheinung erklärt sich daraus, das, was im Innenverhältnis einer Gruppe als Gleichheitskriterium dient, nach aussen gerade zur Unterscheidung gebraucht wird; vgl. 6,6.
- 1 이 비교점은 일반적으로 큰 그림을 볼 때 차이점이 발견되는 지점입니다. 19세기의 사회적 평등과 집단을 결부시킨다. 주로 재산에 따라서 전체 그림은 불평등한 자산 그룹으로 나뉘게 된다.
- 20세기의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 이 현상은 집단 내에서 평등의 기준이 되는 것이 외부적으로는 차별화를 위해 사용된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참조, 6:6.
어렵지만, 대략 평등의 기준이 집단과 관련되며 평등은 차별을 위해 사용된다는 이야기다.
6.3에서 연결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Daraus folgt, dass es Gleichheit immer nur in bestimmten Beziehungen geben kann. Ein Gleichheitsurteil hat nur Sinn in Bezug auf einen Vergleichsgesichtspunkt. Dieses tertium comparationis muss identisch sein. 1;4
평등은 특정 관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평등에 대한 판단은 비교 관점과 관련해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이 tertium 비교는 동일해야 합니다. 1;4
3.6에서 1이 달린 부분의 내용은 평등은 비교대상이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즉, 6.3.1은 6.3의 해당 문장을 보완하는 용도다.
책으로 치면 주석. 디지털 앱으로 치면 문서 링크에 가까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6.3의 빨간 2는 6.3.6 메모로 연결된다.
그럼, 그 사이에 있는 6.3.2~6.3.5 메모는 무얼 의미할까?
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해석해보면,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6.3.2 - 평등과 비교의 관계 + 관련 출처
6.3.3 - 평등과 비교, 동일성의 관계 + 관련 출처
6.3.4 - 유사점과 불평등의 분화. 그리스 사상에서도 유사점 찾을 필요 있음.
해당 내용들은 6.3과 관련된 메모들이자, 출처를 통해 보완하고 있는 메모들이다.
추측이지만, 루만은 6.3 메모와 관련된 메모들을 생각날 때마다 추가하면서 숫자 넘버를 늘려나갔고
그중 명확하게 연결되는 메모에는 넘버를 붙인 것으로 생각된다.
제텔카스텐의 넘버링의 경우 보통 Zettelkasten.de의 설명을 기본으로 하며, 문자 넘버링과 숫자 넘버링을 동일하게 취급. 계층 구조를 구별하는 용도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문자 넘버링과 숫자 넘버링은 한 메모 안에서 동시에 사용되며 메모에서 별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 문자 넘버링은 이어지는 메모를, 숫자 넘버링은 분기를 나타내는 것일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모두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내 멘탈이 터진게 이 부분 때문)
일부 메모에서 문자 넘버링과 숫자 넘버링의 역할이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한다.
6.3.5a 메모가 대표적.
이때는 빨간 1이 6.3.5aa로 연결되고 있다. 빨간 숫자가 하위 숫자로 연결되던 앞서 상황과 반대다.
반면 이어지는 메모는 6.3.5a1로 넘버링된다.
왜일까?
첫 번째 추측은 루만이 6.3.4에서 연결하는 메모를 6.3.4a로 넘버링했어야 하는데, 실수로 6.3.5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6.3.4는 문장이 끝나지 않고 이어지지만, 6.3.4a 가 아니라 6.3.5로 이어지고 있다.
6.3.4는 그리스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 Es wird noch zu prüfen sein, ob und wie es im Rahmen des griechischen Denkens schon möglich war, zu sehen, dass das Feststellen von Gleichheiten und das Unterscheiden von Ungleichheiten von "Gesichtspunkten" abhängt.
- Die Antwort wird sich vielleicht danach bestimmen, was man unter Gesichtspunkt versteht. Das Herausheben von Gleichheiten im Wesenserkennen und das Unter-scheiden von Ungleichheiten ist Sache des λόγος, der dem Menschen die Schau des Seins des Seienden als das wahre, (und daher allgemeine, gattungsmässige, Gleichheiten einbegreifende) Wesen ermöglicht. Das Feststellen von Gleichheiten ist damit von Anfang an ein Sehen, dass mit dem Menschen in die Welt kommt, und insofern
- 유사점의 확립과 불평등의 분화가 "관점"에 달려 있음을 보는 것이 그리스 사상의 틀 내에서 이미 가능했는지 여부와 방법을 여전히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 대답은 관점이 의미하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질의 인식과 불평등의 구별에서 유사점을 강조하는 것은 λόγος의 문제이며, 이는 인간이 존재의 존재를 진정한(따라서 유사성을 포함하는 일반, 일반) 본질로 볼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유사점의 식별은 처음부터 인간과 함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추측은 6.3.4~5와 6.3.6 사이에 관련된 내용을 끼워 넣어야 할 상황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6.3.5a의 내용은 그리스인의 평등에 대한 관점이 적혀있다.
- Dass Gleichheiten einen übergeordneten Gesichtspunkt voraussetzen, war schon den Griechen bewusst. 1 Vgl.
- Platons Parmenides, 132D-134A, Phaidon, 74d ff. vgl. dazu Landmann, S. 106 und Anm. auf S. 283.
- Platon bezeichnet die Idee selbst als ein ἴσον, durch Teilhabe an welchem die Gleichheit zweier Dinge erst begründet und erkennbar wird.
- Landmann, Anm. 3 (S. 283)[*]: "Platon verunklärt nämlich sein eigentlich gemeintes dadurch, dass er ein 'Gleiches selbst' dem real Gleichen genau so gegenüberstellt, wie auch überall sonst bei ihm Idee und Realität einander gegenüberstehen. Demnach schiene es eine Idee der Gleichheit neben den anderen Ideen zu geben. Damit kontaminiert sich aber der andere Gedanke, die Herstellung der Gleichheit zwischen den unter sie fallenden Dingen als eine Funktion jeder einzelnen Idee selbst zu erweisen, die deshalb
- 그리스인들은 평등에는 우월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1 참조.(6.3.5aa로 분기됨)
-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132D-134A, 파이돈, 74d ff. 참조 Landmann, p. 106 및 p.283의 주석.
- 플라톤은 이념 자체를 ἴσον로 설명하는데, 참여를 통해 두 사물의 평등이 확립되고 인식될 수 있을 뿐입니다.
- Landmann, note 3(p. 283): "플라톤은 관념과 현실이 그의 다른 모든 곳에서 서로 대립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자체'를 실제와 대조함으로써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혼동합니다. 따라서 다른 관념들과 함께 평등의 관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그 아래에 있는 사물들 사이의 평등의 확립이 각각의 개별 관념 자체의 기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다른 관념을 오염시킨다. 그러므로 (6.3.5.a.1로 이어짐)
6.3.4에서 그리스 시대가 나오고, 6.3.5가 사실 6.3.4a 정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스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6.3.5a는 6.3.4~5를 보완하는 내용의 메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6.3.6이 이미 6.3에 연결된 메모(빨간 숫자 2)로 이미 있기에 6.3.5 뒤에 끼워 넣을 수단이 필요했다.
6.3.5a는 6.3.6 사이에 끼워 넣기 위해 사용되었고, 그 시점부터 문자 넘버링과 숫자 넘버링의 역할이 바뀌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다만, 그럴 경우 6.3.5.1로 처리해도 될 텐데 왜 그렇게 사용하지 않은지는 의문. 그게 넘버링이 깔끔해서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추측 1에서 이야기한 실수로 인해 무언가 꼬인 것 같기도 하다.
6.3.5a & 6.3.5b 메모 이후 6.3.5d과 6.3.5e는 이어지는 메모와 보완하는 메모 모두 문자 넘버링을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루만이 정확히 룰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 같진 않다. 혹은 실수하더라도 괜찮다 정도일지도.
또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6.3.7은 a로 분기된다. 숫자로 분기되지 않은 드문 예.
이 외에도 전체 메모를 보면 넘버링이 정확하게 배치되진 않는다.
6.3.2와 6.3.2a는 이어쓰기인 반면, 6.3.6은 6.3.6a가 아니라 6.3.7로 이어쓰기 한다.
문자 넘버링이 메모 이어쓰기일때도, 아닐 때도 있다.
명확한 룰이 있다기보단,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넘버링을 넣는 느낌.
물론 확실하진 않으며 내가 모르는 룰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동시에 사용할 때는 한쪽은 이어 쓰기 / 다른 쪽은 보완을 맡는 것만 유일하게 이어지는 부분이다.
문자 넘버링과 숫자 넘버링이 (내가 보기엔) 뒤죽박죽임에도 공통된 점은 배치다.
넘버링이 어떻든 분기(빨간색 표시) 메모는 이어지는 메모 사이에 배치된다.
생각해보면 일일이 순서를 파악해가며 메모를 작성하기보단, 그때그때 가능한 형태로 넘버링을 넣는 것이 작업하는 입장에서는 편해 보인다. 어차피 문자/숫자 넘버링은 이어쓰기와 보완관계를 분리하는 역할이고, 실제 파악할 때는 서랍을 뒤적거리면서 끊긴 문장과 빨간색 표시로 찾으면 된다. 분기 메모가 먼저 오니,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루만이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았으니 물론 내 추측이다. =ㅁ=
처음에는 가볍게 접근했다가, 생각보다 예외 상황이 많아서 멘붕 중이지만 대략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이야기와 달리 문자 넘버링과 숫자 넘버링은 한 메모 안에 동시에 사용되며 역할을 분담한다. 한쪽이 메모 이어쓰기를 담당하면, 다른 한쪽은 분기/보완을 담당한다.
둘은 역할을 바꾸어 사용될 수 있으며, 같은 넘버링 체계 내에서도 종종 역할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추측해보면 루만은 명확한 계층 구조를 고려해서 넘버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때그때 메모 중심으로 상황 따라 처리하는 느낌. 물론 내가 모르는 룰이 있을 수도 있다.
메모 배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넘버링이 바뀌더라도 사용에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빨간색 숫자가 있으면 앞서 메모의 분기이며, 이어지는 메모보다 어쨌든 우선 배치되기 때문이다.즉, 넘버링체계보단 배치순서와 빨간 링크의 우선순위가 높아보인다.
... 어째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뭔가 찜찜하게 마무리되었다. 으으....
루만의 제텔카스텐은 Niklas Luhmann-Archiv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상당 분량이 OCR 처리가 되어 있고, 처리된 부분은 메모끼리의 연결도 볼 수 있어 편리하다.
내 설명이 마음에 안 들거나 더 궁금한 사람은 직접 분석 좀 해주길 바란다;;;;
(제발 나 말고 누가 좀 분석해주면 좋겠다. 생각보다 힘드네.....)
내가 분석한 6-3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