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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노무사 Feb 22. 2019

2. 임금은 임금이고, 세금은 세금이다.

-임금과 근로소득- 

은서야. 첫 번째 편지를 읽고 나서 네가 그랬었지? 조금 템포를 조절하자고 말이야. 이제 막 인사팀 직원이 된 조카에게 너무 과도한 지식을 한꺼번에 주입하는 거 아니냐고 했었지? 

곰곰 생각해 보았어. 자기에게는 너무나 쉬운 것들도, 타인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 쉬운 걸 이해할 수 없냐며, 상대방을 닦달하는 게 바로 미성숙한 어른이 아닐까, 싶어. 그런데 점점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되어가는구나, 싶기도 해서 네 말을 듣는 순간, 조금 부끄러웠단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짧게 편지를 쓸까 해. 공부도 템포 조절이 중요하잖아. 그지? 


오늘은 세법을 얘기해 보자꾸나. 


노동법을 전공한 사람이 왜 교만하게 세법까지 설명하려고 하냐, 이 말하고 싶지? 물론 그 말도 맞아. 실제 나도 세법은 잘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근로소득과 임금이 다른 개념이란 건 이해할 필요가 있어.      


삼촌이 질문을 하나 내 볼게. 네 회사는 매월 식대를 10만 원 지급하고 있다고 들었어. 맞지?      


첫 번째 질문. 만약에 어떤 직원이 퇴사를 했어. 퇴직급여를 지급해야겠지. 그러면 식대 10만 원도 포함해서 퇴직급여를 산정해야 할까?      


두 번째 질문. 자신이 받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세금을 내야 해(세법상으로는 회사에서 원천징수를 하고 연말정산을 하는 방법을 취한단다). 그러면, 식대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하는 걸까?      


세 번째 질문. 은서 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을 해야 해. 산재보험료는 회사가 부담하지만, 산재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들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회사가 보험료를 분담해서 납부하게 돼. 그럼, 식대 10만 원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내야 하는 걸까?      


여기까지야. 한 번 질문에 답해보렴. 자, 카운트한다. 하나, 둘, 셋. 어때? 알겠니?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정답만 이야기하고 설명은 생락할게. 정답. 

식대 10만 원도 임금이다. 딩동댕. 맞아. 퇴직급여를 산정할 때 포함해야 하는 금품이지. 왜 그런지는 다음번 편지를 통해서 상세히 설명할게. 여기서는 단순히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식대도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임금이 된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으렴.      


두 번째 질문과 세 번째 질문은 결합돼 있는 질문이라고 볼 수 있어. 세법상의 문제란다. 

노동법상의 임금과는 조금 다른 문제야. 세법에서는 근로자가 받는 소득을 근로소득이라고 하고 있어. 그리고 그러한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라는 세금을 부과해. 그런데, 그런 근로소득 중에서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게 있단다. 흔히 비과세 근로소득이라는 표현을 쓰지. 

식대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이 된다고 해도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세법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야. 그런데, 세법에서는 식사를 제공받지 않는 근로자가 받는 월 10만 원 이하의 식대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고 있지 않단다. 예를 들어볼까? 만약에 우리 회사가 특별하게 음식물을 제공하지는 않고, 식대를 15만 원 지급하고 있어. 그러면, 10만 원까지는 과세하지 않고 5만 원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는 구조지. 알겠니?      


그런데, 사회보험료를 내는 기준이 바로 세법과 연동이 되어 있단다. 즉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사회보험료를 부과해. 조세특례법상 비과세 소득 등에 대해서도 사회보험료를 부과하는데, 그 부분은 당장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더 헷갈릴 수 있으니까, 여기서는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사회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만 기억하렴.      


그럼, 결론을 내보자꾸나. 


매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식대는 노동법상 임금이지만, 세법상 과세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회보험법상 사회보험료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게 내 질문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어.     


아직은 좀 헷갈릴 거야. 사실은 이번 편지의 주목적은 세법상의 내용을 설명하려는 게 아니야. 

앞으로 삼촌이 노동법상의 임금을 주로 설명하게 될 텐데, 그때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과 혼동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예를 들어 본거야. 그런데, 나중에 사회보험료를 설명할 때, 다시 한번 과세가 되는 근로소득이란 개념이 등장하게 될 거야. 인사팀에서 근무한다면, 피해 갈 수는 없는 주제인 거지. 어쨌든 근로소득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살펴보자.      


어때? 오늘은 여기까지야. 조금 짧았지?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뭔지 아니? 일이 어려운 건 아니었어. 며칠 해보니까, 일은 하겠더라고.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군대 문화였어. 군대에는 군대의 문화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사회에서까지 군대의 문화가 필요할까? 합리적인 이성이 작동되지 않고, 토론이 상실된 문화. 까라면 까야하는 문화. 그런 문화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점일까. 사실 난 그 당시에도 이해할 수 없었어. 상사가 10시까지 자리에 앉아 있으면, 함께 남아 있는 문화가 답답하기도 했어. 

이제는 세월이 흘러,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하더구나. 그래도 혹자는 과거의 문화가 그리울 거야.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시대의 큰 흐름을 거슬러서는 안 돼. 거스를 수도 없고 말이야. 

과거의 경험에서 해답을 찾지 말고,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그런데, 요즘도 굳이 TV에서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이유를 난 잘 모르겠더라. 

군인은 군인이고, 민간인은 민간인이다. 과거의 추억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두면 될 일이다. 힘겨운 상황들을 해결하고 이겨내는 도전정신을 가르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우리나라 회사 생활을 보여주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에 대한 고마움을 굳이 그런 식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오늘의 주제와도 비슷하네. 임금은 임금이고, 세금은 세금이다. 헷갈리지 말자.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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